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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분수대] 답정너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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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동현 산업1팀 차장대우


1. 상무장관이 수입 승용차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조사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2. 자동차 연구·개발(R&D)이 국가안보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3. 지난 30년간 수입 자동차는 경쟁우위를 누려왔다. 따라서, 미국 자동차 회사는 국가안보에 중요하다.

지난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수입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매기는 내용의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대통령 포고문을 내놨다. 결정을 6개월 뒤로 미뤘지만 연 85만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 자동차 업계로선 ‘관세폭탄’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위의 문장은 백악관 포고문 첫 세 조항을 요약한 것이다. 읽어봐도 왜 수입 자동차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지 설명은 없다. 단 두세 문장만으로 수입 자동차는 ‘빈 라덴’급 지위를 얻었다. ‘트랜스포머’처럼 변신해 미국 시민을 공격하기라도 하는 걸까. 전체 포고문을 읽어봐도 납득은 안 간다.

요즘 말로 하면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해)’다. ‘수입 자동차가 많이 팔리면 미국인의 일자리가 줄어드니 조금만 팔아라’는 얘기다. 처음부터 설득할 생각이 있었다면 이런 정책을 검토하지도 않았을 게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수입산 철강과 자동차에 무시무시한 관세를 매기려 한다. 애덤 스미스와 데이비드 리카도가 쌓아 올린 이론의 탑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미국인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주장엔 선도 악도, 옳고 그름도 없다.

우리 정부는 어떻게 맞서야 할까.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나 경제이론, 설득은 큰 의미가 없다. 우리 국민의 일자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그게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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