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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대이란 군사옵션···남부해안만 때리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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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남부해안 공략하면 성공 높아

핵 폐기 협상 거부하는 북한에 경고

핵·테러·반미벨트 해소·중국 압박

이란 핵 문제 해결해야 북핵 복귀

미국의 이란 군사옵션 가능성과 이유
미국의 이란 공격은 일석오조(一石五鳥)다. 이란 핵 해결, 테러지원 차단, 중국 압박, 중동 반미 벨트 와해, 대북 경고 등이다. 그렇지만 트럼프 미 대통령은 비핵화 전선이 북한에서 이란으로 확대돼 고민이다. 북핵 협상이 지연되는 가운데 이란은 핵 개발 재개 가능성을 경고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완전한 비핵화에 응하지 않으면서 조 바이든 전 미 부통령을 비난했고, 하산 로우하니 이란 대통령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축소 의사를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이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두 나라와 전면전을 동시에 벌일 여력은 없다. 그러나 이란에 대한 제한전 옵션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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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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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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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당장은 이란에 대한 어떤 군사옵션도 명령할 시기가 아니지만 핵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미국이 제한전으로 이란·북한 두 마리 토끼를 순차적으로 잡는 것은 승산이 있다. 이란은 영토가 넓고 병력도 64만여 명(공화국군 52만명+혁명수비대 12만5000명)이나 돼 미국이 전면전을 벌이기엔 희생이 클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의 전략적 목표만 달성하는 수준의 작전 정도가 가능하다. 이란 핵 능력을 제거하고, 이란군이 페르시아만에서 준동하지 못하도록 약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작전이면 최근 미 백악관이 이란을 제재하기 위한 ‘12만명 파병 검토설’도 일리가 있다.

미국의 제한전은 이란의 지형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크다. 이란은 수도 테헤란이 있는 북부지역과 페르시아만을 접하는 남부 해안지역이 산악으로 분리돼 있다. 최고 4000~5000m의 높은 산으로 이뤄진 자그로스산맥과 이란고원이 두 지역을 가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군이 산맥을 넘어 이란 내륙으로 진격은 쉽지 않다. 같은 이치로 내륙의 이란군 본대가 남부지역으로 이동 또한 힘들다. 따라서 미군은 페르시아만을 안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 기대어 이란 남부를 공략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적대관계다.

미국이 제한전을 벌인다면 페르시아만 해안의 이란 대공·대함미사일과 해군기지부터 제거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 미사일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UAE를 오가는 항공기와 유조선에 가장 큰 위협이다. 그러나 고정 배치된 이란 미사일은 미 해군 토마호크로 한꺼번에 파괴할 수 있다. 토마호크는 사거리 1300㎞ 이상에 정확도가 3m다. 이란 함정은 바얀더급(900t) 등 호위함 3척을 제외하면 고속정 수준의 소형이다. 고속정의 대함 미사일은 미 해군의 상대가 안 된다. 이란 함정은 기지가 파괴되고 나면 돌아갈 곳도 없다. 그러나 22척의 잠수함은 모두 제거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러시아산 킬로급(2300t) 3척과 북한 연어급을 모방한 콰디르급(120t) 잠수정 등이다. 킬로급을 제외한 소형 디젤 잠수함(정)은 1~2일 이내에 수면 위로 부상해야 한다. 그땐 독 안에 든 쥐다.

이란 공군은 F-14와 미그-29 등 전투기로 대응할 것이다. 이란은 1970년 중반 팔레비 왕조 때 미국이 제공한 F-14 전투기 40대와 러시아제 미그-29 등 300여대의 노후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당시로선 최신예였던 F-14를 이란에 준 이유는 1972년 구소련이 이라크를 돕기 위해 전투기 등 무기를 제공해서다. 그땐 이란과 미국이 친했다. 공중전에서 이란 전투기는 미 공군 F-22나 F-35 스텔스 전투기에 절대 불리하다. 이란 F-14의 러시아제 공대공 미사일 R-73(사거리 30㎞)은 F-22의 AIM-120 암람(사거리 160㎞)에 추풍낙엽이다. F-14 레이더는 먼 거리에서 F-22를 탐지도 못 할뿐더러 가까이 가기도 전에 암람에 맞는다. 미그-29 등 나머지 전투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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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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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란 육군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테헤란 쪽에서 산맥을 넘어 남쪽 해안으로 통하는 도로가 많지 않다. 이스파한과 나탄즈 등에 있는 기계화부대가 자그로스산맥의 몇 안 되는 산악도로를 넘어가는 도중에 미군 전투기와 공격헬기의 공격을 받을 것이다. 산악도로를 잇는 다리가 파괴되면 이동도 어렵다. 따라서 북부 내륙의 이란 육군은 전세에 도움이 안 된다. 이란 해안지역 부쉐르 등의 육군 부대는 분리 격파가 가능하다. 이란 육군은 과거 이라크군 수준이다. 이라크전(2003년)에서 미군은 정보 기반의 신속한 협조전술(Network Centric Warfare)로 일방적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이란의 탄도미사일은 단시간에 제거하기 어렵다. 이란은 최대 3000㎞급 수마르 미사일 등 1000발가량 갖고 있다. 일부 미사일은 지하 500m의 사일로에 배치돼 있다. 이란은 이 미사일로 미국을 지원하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군에 대해선 이란군이 위치 파악이 어려워 미사일로 공격하기에 한계가 있다.

이란의 사이버 공격도 만만치 않다. 이란은 2008년 바이러스가 담긴 이동형 저장장치(USB)로 많은 미군 기밀을 빼냈다. 미 국방부는 14개월 동안 이란의 바이러스를 제거했다. 미국이 사이버사령부를 창설한 계기가 된 사건이다. 이란은 또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 석유회사를 사이버 공격했다. 아람코는 3만대의 컴퓨터를 폐기했다. 2011년엔 비행 중인 미군 무인정찰기 RQ-170 센티넬을 해킹해 이란 기지에 착륙시킨 적도 있다.

마지막 남은 것은 이란 핵시설이다. 나탄즈와 포르도의 우라늄 농축공장과 이스파한 핵기술센터 등 이란의 주요 핵시설에 대해서는 미 공군보다 이스라엘에 임무를 맡길 수도 있다. 미 의회 조사국(CRS)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012년쯤부터 이란 핵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타격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고 한다. 따라서 이란이 제한전 과정에서 대공 방어체계를 거의 상실한 상태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을 막을 도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 상황에서 미국이 이란에 대해 제한전을 시도하려면 좀 더 명분이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섀너핸 국방장관 대행은 지난 21일 “(항공모함 배치 등) 대이란 태세는 전쟁 억지이지 전쟁이 아니다”라면서도 23일엔 1만명의 추가 파병계획을 백악관에 보고했다고 한다.(AP 보도)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1일 상·하원에 “최근 중동에서 벌어진 민간 선박과 송유시설에 대한 일련의 공격을 이란 정부가 지시했다”고 비공개 브리핑했다. 민주당 호아킨 카스트로 하원의원은 “다른 사람이 먼저 주먹질하기를 바라면서 얼굴을 들이밀고 반격할 준비를 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의 여론조사(17~20일)에 따르면 미 국민 73%가 ‘이란이 공격하면 미군이 보복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미국이 이란의 도발을 기다리는 건가.

미국이 제한전에 성공하면 꿩 먹고 알 먹고다. 우선 이란 핵 능력 제거로 중동 불안이 걷힌다. 북한엔 강력한 경고가 된다. 이란의 테러 지원도 끊을 수 있다. 이란은 후티반군·헤즈볼라·하마스·팔레스타인 지하드·탈레반·알카에다 등 온갖 테러단체를 지원해왔다. 이 때문에 미국은 국가안보전략서 등에 이란을 북한과 함께 4대 잠재 위협국에 포함했다.

또한 이란의 석유 감산으로 원유 가격이 올라간다. 그래서 미국으로선 유가 인상으로 득을 보는 석유 수출국 러시아를 붙잡아둘 수 있다. 반면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에는 큰 부담을 준다. 마지막으로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의 시아파 반미 초승달 벨트가 와해해 중동이 안정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종료돼야 미국이 북핵으로 다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군사옵션의 강한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이유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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