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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문 열리자 발가벗은 남성이…" 가스점검원 또 성폭력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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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도시가스 밸브. [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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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가스 안전점검원이 또 성폭력 위험에 노출되는 일이 발생해 점검원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공공운수노조 울산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30분쯤 한 여성 안전점검원이 울산 북구 명촌지역 한 원룸에 가스 점검을 나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점검원이 초인종을 누르자 몇분 뒤 문이 열렸는데, 한 남성이 나체 상태로 서 있었던 것이다. 이 점검원은 발가벗은 남성을 보고 깜짝 놀라 도망치듯 원룸을 빠져나온 뒤 다른 안전점검원과 회사인 경동도시가스 측에 신고했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자 공공운수노조 경동도시가스고객서비스센터 분회는 2인 1조 근무, 안전점검 예약제 실시, 성범죄자와 특별관리 대상 가구 고지 등 대책을 요구하며 지난 20일부터 파업 중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날 피해를 본 점검원은 파업하지 않는 아르바이트”라면서 “회사 측이 이 점검원을 만나 노조에 피해를 말하지 않도록 당부하는 등 대책 마련보다 숨기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여성 점검원의 성폭력 피해 사례는 반복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초에도 동구지역 한 원룸에 안전점검을 나간 40대 여성 점검원이 남성에게 감금돼 추행당할 위기까지 몰렸으나 급히 탈출하는 일이 있었다. 이 점검원은 지난달 17일 정신적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언니들 나 정말 힘들었어요”라는 문자를 동료들에게 남겼다.

점검 중에 이상한 낌새를 느껴 돌아보니 거주자 남성이 하의를 벗고 있었다거나, 회사 기숙사 안전점검을 갔더니 남자들이 웃으면서 “이쁜 아줌마 몇 살?”, “몸매가…”라고 말했다는 등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파업중인 상황에서 또 이런 일이 또 발생했다”며 “회사 측이 이 점검원을 만나 피해 사실을 노조 측에 알리지 말라고 요구하는 등 대책 마련보다 피해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는 사례는 더 많다”고 덧붙였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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