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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유소년 축구 지킴이’ 정정용 감독 “U-20 월드컵, 이 축제를 즐겼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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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우승후보 포르투갈과 첫 경기



경향신문



그는 축구계에서 흙수저다. 크게 내세울 만한 선수 경력이 없다. 대구의 청구중·고를 거친 뒤 경일대학교를 나왔다. 수비수인 그는 졸업 후에는 실업팀 이랜드 푸마에서 뛰었다. 연령대별 국가대표 경력도 없다. 상비군에 한 차례 뽑히고, 실업 대표로 킹스컵 대회를 뛴 게 전부다.

선수 시절의 아쉬움은 배움으로 풀었다. 은퇴 이후 명지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땄다. 1995년과 1996년 국내 프로축구 68경기의 149골을 면밀히 분석했다. ‘축구경기의 득점 및 어시스트 위치, 방향 분석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그는 프로축구 경기에서 골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패턴을 구조적으로 분석했다.

선수 경험에 이론을 접목한 그는 1998년 중학교 감독으로서 처음 지도자로 입문했다. 이후 20년 넘게 그는 축구의 새싹들과 함께하고 있다.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2005년에는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유소년 축구선수 기초체력에 관한 연구’로 박사과정을 밟았다. 2010년 지도자 최고 과정인 P급 라이선스까지 땄다.

그는 2006년부터 대한축구협회 전임 지도자로서 한국 유소년 축구 현장을 누비고 있다. 14세부터 20세까지 다양한 연령대 대표팀 유소년 선수들을 오랜 기간 지도했다. 빛나는 곳은 아니었지만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을 그는 묵묵히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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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김정민(왼쪽)과 이강인이 23일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레코드 훈련장에서 밝은 얼굴로 공식 훈련을 하고 있다. 비엘스코비아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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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소년 축구의 지킴이로 헌신해온 그는 정정용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50·사진)이다. 그는 이제 축구인생에서 가장 큰 메이저 무대에 도전한다. 정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25일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에서 포르투갈과 U-20 월드컵 F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 꼽히는 포르투갈과의 첫판은 어려운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 감독은 지난 2년간 함께 호흡을 맞춰온 어린 선수들을 믿고 있다. 정 감독은 23일 훈련을 마친 뒤 “우리가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다. 선수들도 이제부터는 이 축제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폴란드에서 가진 뉴질랜드·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승리하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에이스 이강인(발렌시아)이 골맛을 봤고 조직력도 많이 좋아졌다. 정 감독의 주문대로 젊은 태극전사들이 월드컵 무대를 신나게 즐기는 일만 남았다.

양승남 기자 ysn9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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