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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세상읽기]유튜브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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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인들은 모두 유튜브에 빠져 있다. 현재 유튜브에 개설된 채널 수는 2400만개에 이른다. 전 세계인들이 하루에 유튜브에 머무르는 시간이 약 10억시간이라고 한다. 1분마다 400시간이 넘는 새로운 동영상이 업로드되고, 한 달에 총 19억명이 유튜브를 시청한다. 유튜브는 현재 61개의 다국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유튜브는 모든 지상파 방송사와 종편방송사를 합친 것보다 그 영향력이 더 크다. 이쯤 되면 유튜브 제국이라 할 만하다.

경향신문

유튜브의 대중화 혹은 상업적 성공의 이면에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위상 변화가 큰 몫을 차지한다. 통상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 전문 콘텐츠 기업에 의해 완결된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영화감독, 게임개발자, 애니메이션 작가 등을 일반적으로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정의했다. 그러나 유튜브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다른 위상을 갖는다. 그들은 뭔가 특별한 분야에 집중적으로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는 사람들로 콘텐츠 제작에 있어 특별한 전문 역량을 지닌 이들이 아니다. 그들은 교육제도나 공식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공인한 자들도 아니며 따라서 학위와 경력 등의 제도화된 문화자본을 갖고 있지 않다. 한국의 박막례 할머니, 인도의 릴리 싱, 튀니지계 독일인 새미 슬리마니는 평범한 시민이었다가 유튜브 때문에 유명 스타가 되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을 흔히 스트림펑크 혹은 디지털 너드라고 한다. 멋진 이름이다. 그러나 이 칭호를 부여하면서 유튜브는 끊임없이 콘텐츠 주문을 한다. 유튜브는 크리에이터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부분들을 요구한다. 다양한 포럼과 서밋, 워크숍들을 만들어 크리에이터들의 창의적 감각들이 무뎌지지 않게 하고, 경쟁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그들에게 뒤처지지 않게 독려한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끊임없이 콘텐츠들을 업로드해야 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기 위해 강도 높은 노동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스트림펑크라는 칭호는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그것은 유튜브의 은총이 아니라 디지털 노동의 결과이기도 하다.

전 세계 유튜버들은 콘텐츠 크리에이터이기도 하지만 플랫폼 제국의 노예이기도 하다. 유튜브들은 전 세계 이용자들을 생산자로 전환시키면서, 엄청난 동영상 콘텐츠들을 빨아들인다. 콘텐츠 업로드는 처음에는 매우 자발적이고 자율적이다. 그러다 구독자가 1000명이 넘어가고, 1만명이 넘어가면 그 크리에이터들은 유튜브의 관리 대상이 된다. 그들은 유튜브의 콘텐츠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이 업계의 리딩 그룹들이 된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그러한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다. 대부분 유튜버들은 생산자이기에 앞서 이용자들이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성공과 화제의 콘텐츠들은 사실 극히 소수이며, 그 성과는 수많은 일반 유튜버들의 동영상을 토대로 한다. 스트림펑크라는 칭호는 사실 엄청난 노동의 대가이다.

물론 유튜브의 공간은 놀이의 공간이고, 학습의 공간이다. 유튜브의 성공적인 지속은 이용자의 접속 시간에 비례하고 이용자의 만족도에 비례한다. 즉 콘텐츠 생산에 필요한 익명의 수많은 유튜버 노동의 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단지 상대방이 자신의 콘텐츠를 보고 즐거워하는 것에 만족하며, 노동의 강도를 기꺼이 감수한다. 물론 좋은 콘텐츠를 생산해서 경제적인 이익을 취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튜브를 운영하는 경영진은 여전히 경제자본과 테크놀로지, 제국의 언어에 우위를 점하면서 그들은 지배하고 관리·통제한다. 유튜버들에게 분배되는 수익의 비율은 전체 매출액을 고려할 때, 지극히 미약하다. 모든 콘텐츠의 기술적 알고리즘과 데이터 통계는 모두 그들의 것이다. 대중들의 유튜브 놀이가 더 강렬해질수록, 플랫폼의 지배는 더욱 강고해진다. 콘텐츠가 플랫폼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이 콘텐츠를 결정한다. 유튜브 제국은 아마존, 넷플릭스, 아이폰, 구글과 함께 미국 플랫폼 제국의 전위이다. 유튜브 제국으로부터 빠져나올 길은 없는가?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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