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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세계 - 이명현의 별별 천문학](32)‘스타칩’이 쏘아올린 ‘인접 항성’ 여행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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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성 간 여행

경향신문

러시아 부호인 유리 밀너(왼쪽)가 2016년 4월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원월드전망대에서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왼쪽에서 두번째)과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부인이자 과학작가인 앤 드루얀(네번째)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컴퓨터 칩 정도 크기의 ‘스타칩’이라고 불리는 수많은 나노크래프트를 우주에 쏘아올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약 4.3광년 거리) 항성계인 센타우루스자리 알파별 시스템을 탐사하는 프로젝트 ‘브레이크스루 스타샷’을 공개하고 있다. 이 나노크래프트 무리는 지상이나 달 표면, 우주공간에 설치된 레이저 장치인 라이트비머와 미리 우주공간에 띄워 놓은 1000여개의 우주돛대의 도움을 받아 빛의 속도의 15~20% 속도로 센타우루스자리 알파별 시스템에 이르게 된다. 유리 밀너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1억달러를 기부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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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센타우루스자리 알파별’까지

3만년 여행시간을 20년으로

단축 프로젝트 3년 전에 닻 올려

그해 지구와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외계행성 ‘프록시마b’ 발견되며

프로젝트의 목적지 정해지고

지난달엔 실험 버전의 스타칩

3만2000m 상공까지 올려보내

그 작은 실험의 성공으로

2050년대나 2060년대의 어느 날

인류는 또 한 번 도약하는

자신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을 것


인간의 상상 속에서 우주여행은 늘 매혹적인 실체다. 그 속에서 인간은 우주 어느 곳, 못 가는 곳이 없다. 하지만 현실은 더디게 그 꿈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을 뿐이다. 인간이 탑승한 우주선은 겨우 달까지 가고 그 여정을 멈춰버렸다. 화성으로 가는 유인우주선 이야기는 자주 나오는 테마지만 여전히 기획단계에 머물고 있다. 화성 유인탐사선이 아직 실현되지 못한 이유는 수백 가지겠지만, 요약하자면 2년 가까이 걸리는 화성 왕복 여행에서 우주인들이 살아서 갔다가 살아서 돌아올 기술이 아직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인우주선은 태양계 내의 여행조차 힘겹다. 생명 유지라는 절체절명의 미션을 꼭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도 문제지만 여행 시간도 문제다. 뉴호라이즌스호가 명왕성까지 가는 데 9년 정도가 걸렸다. 인간이 감내할 만한 시간이지만 달까지 갔다 오는 1주일 정도의 우주여행 경험이 최대치인 인간에게는 여전히 꿈 같은 이야기다. 태양계 내 여행의 현실이 이러니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하는 항성 간 여행은 그저 공상소설(SF) 속에서나 상상 가능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무인탐사선은 조금 더 멀리까지 진출했다. 1972년과 1973년에 발사된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는 이미 신호가 끊어졌지만 태양계를 벗어나기 위한 궤도를 날아가고 있을 것이다.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호와 2호도 태양계 내의 외곽지역 행성들을 관측하고 역시 태양계를 벗어나는 궤도에 올라타고 있다. 2006년 출발한 뉴호라이즌스호도 명왕성과 울티마 툴레를 관측한 후 다음 관측을 위해 순항 중이다. 임무를 마치면 태양계를 벗어나는 궤적으로 들어갈 것이다. 현재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곳까지 날아간 우주선은 보이저 1호다. 2019년 5월16일 현재 지구와 태양 사이 평균 거리의 139.114배가 되는 거리까지 날아갔다. 2.081× km, 즉 200억㎞가 넘는 거리다. 하지만 이렇게 멀리까지 나아간 보이저 1호가 태양계의 끝자락에 자리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오르트구름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다. 오르트구름을 벗어나서 태양계처럼 별과 행성들로 이루어진 가장 가까운, 다른 항성계 (또는 행성계) 정도까지의 거리로 나아가려면 계산법에 따라 변동은 있지만 3만년 이상을 더 날아가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보이저 1호는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센타우루스자리 알파별 시스템을 향해서 날아가고 있지는 않다. 보이저 1호를 비롯한, 태양계를 벗어나 항성 간 여행을 하도록 설계된 우주탐사선들은 우주먼지 같은 방해물에 부딪혀서 궤도가 수정되거나 파손되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결국엔 태양계를 벗어날 것이다. 태양계 안이라고 할지라도 외곽으로 가면 갈수록 밀도는 더욱 낮아져서 충돌 확률은 거의 없다.

태양계 내 무인탐사선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더디지만 화성 유인탐사선에 대한 기획이 계속 나오고 있는 반면 항성 간 우주여행은 여전히 상상의 산물 같아 보인다. 그곳까지 가는 데 거리가 멀어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 시간의 길이가 한 세대가 살아있는 당대 정도가 아니라 인간의 후손 대대에 걸쳐서 기다려도 이루어질까 의심이 가는 시간 단위이기 때문이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다른 항성계까지 가는 데 몇 만년이 걸린다니 말이다. 그것도 여전히 초고속인 초속 15~20㎞인데도 말이다. 그 시간이 지나면 지구상에 인간이라는 종이 여전히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우주선의 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고, 그에 따른 불안정성을 극복하는 장치를 또 마련해야 할 것이다. 쉽게 해결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탐사를 기획한 사람들이 당대에 그 결과를 볼 수 있는 항성 간 우주여행 계획을 간간이 발표하곤 했다. 물론 여전히 기획단계의 아이디어 차원이 대부분이었다. 2016년 4월12일 현실적인 꿈을 꾸게 하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미국 뉴욕시에서 지금은 고인이 된 스티븐 호킹을 비롯해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아내 앤 드루얀, 영국왕립학회 회장을 지낸 천문학자 마틴 리스 등을 초청한,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옛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인간으로서는 처음으로 지구궤도를 돌았던 날에 맞춰 행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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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타바버라 캠퍼스의 필립 루빈 교수팀이 지난 4월12일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에서 기구에 실어 상공 3만2000m까지 쏘아올린 실험 버전의 스타칩. universe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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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출신의 부호인 유리 밀너는 이 사람들을 모아놓고 큰 계획을 발표했다. 브레이크스루 스타샷(Breakthrough Starshot)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였다. 유리 밀너는 물리학을 전공하고 경영학을 공부한 후 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유리 가가린을 기리며 자신의 이름을 ‘유리’로 지었다고 한다. 브레이크스루 스타샷 프로젝트의 이사진에는 스티븐 호킹과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포진했다. 자문위원회에는 위에서 언급한 명사들 이외에도 여러 과학자들과 유명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1세기부터 시작된 비약적인 실리콘 밸리의 기술 발전을 바탕 삼아 태양계에서 (즉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계인 센타우루스자리 알파별 시스템에 빛의 속도의 15~20% 속도로 빠르게 날아가는 우주선을 보내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유리 밀너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마중물로 1억달러를 내놓았다. 우리 돈으로 1200억원 정도다. 물론 전체의 프로젝트에는 훨씬 많은 돈이 들 것이다.

브레이크스루 스타샷 프로젝트에서 개발하려고 하는 수g 무게의 우주탐사선 시스템은 나노크래프츠(Nanocrafts)와 라이트비머(Light Beamer)로 구성될 예정이다. 나노크래프츠는 다시 스타칩(StarChip)과 라이트세일(Light Sail),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스타칩은 우주공간에서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춘 송수신 장치와 카메라들을 장착한 수g 무게를 갖는 칩이다. 작은 휴대폰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 휴대폰 한 대 정도의 비용으로 스타칩을 생산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라이트세일은 아주 얇고 반사도가 높고 역시 수g의 무게를 갖는 수m의 우주돛대를 말한다. 이 우주돛대에 스타칩을 장착한 것이 나노그래프츠가 되는 것이다. 라이트비머는 100기가와트 정도의 출력을 낼 수 있는 레이저 장치다. 브레이크스루 스타샷 프로젝트는 지상이나 달 표면 또는 우주공간에 설치될 강력한 레이저들의 집단, 즉 라이트비머들에서 강력한 레이저를 발사해 미리 우주공간에 띄워 놓은 1000여개의 우주돛대를 밀어서 가속을 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레이저가 우주돛대에 반사되면 우주돛대는 그 복사압으로 속도가 점차 빨라지면서 가속될 것이다. 가속이 계속 진행되면 스타칩을 장착한 수많은 나노크래프츠는 점점 빨라져 그 속도가 빛의 속도의 15~20%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나노크래프츠는 아주 가볍기 때문에 이 정도의 레이저로 상당한 속도로 가속시킬 수 있다.

가려고 하는 목적지는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인 4.3광년 정도 떨어져 있는 센타우루스자리 알파별 시스템이다. 이곳에는 별 세 개가 모여 있다. 태양이 세 개인 항성계라는 말이다. 보이저 1호의 속도로 간다면 3만년 이상이 걸릴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런 곳에 20년 정도 만에 가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물론 아직 이런 레이저 장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타칩도 이 프로젝트에 걸맞은 성능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우주돛대 실험은 이어지고 있지만 만족스러운 우주돛대를 언제 갖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브레이크스루 스타샷 프로젝트팀에서는 20년 정도 기술을 개발하고 20년 정도 날아가는 일정을 세우고 있다.

2016년 4월12일 유리 밀너가 이 프로젝트에 1억달러를 기부하는 이벤트를 연 후 이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을 조금이나마 더 높일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다. 같은 해 8월24일 유럽남천문대가 센타우루스자리 알파별 시스템에서 지구와 비슷한 것으로 여겨지는 외계행성인 프록시마 b를 발견한 것이다. 브레이크스루 스타샷 프로젝트의 목적지가 조금 더 분명해졌다. 외계행성 프록시마 b 근처로 접근해서 사진을 촬영해 지구로 전송하는 것이다.

1000여개의 나노크래프츠가 날아가니 도중에 여럿이 실패를 하더라도 여전히 많은 수의 우주선이 프록시마 b의 사진을 성공적으로 찍어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우리는 당대에 항성 간 여행의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 가지 또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브레이크스루 스타샷 프로젝트를 맡아서 수행하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타바버라 캠퍼스의 필립 루빈(Philip Lubin) 교수 연구팀이 힘찬 걸음을 내딛는 실험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유리 가가린이 인간으로서는 처음으로 우주공간으로 날아간 날을 기념해서 같은 날짜인 2019년 4월12일을 실험 날짜로 정했다. 미국 메릴랜드주 애나폴리스에 있는 해군사관학교에서 실험 버전의 스타칩을 기구에 실어서 상공 3만2000m까지 올려 보낸 것이다. 스타칩은 잘 작동했고, 원하는 대로 성능을 발휘했다.

이 작은 실험의 성공이 어쩌면 항성 간 여행의 시대를 알리는 나팔소리일지도 모른다. 스타칩이 실제로 더 열악한 우주공간의 환경을 버텨낼 견고성과 안정성을 갖추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벌써부터 스타칩의 작은 성공이 프록시마 b로의 항성 간 여행에 그치지 않고 가까운 외계행성들을 직접 관측하러 가는 항성 간 여행의 길을 트는 신호탄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우리는 살아 있는 당대에 또 다른 태양계의 작은 행성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목격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외계생명체에 대한 중요한 답을 이 프로젝트로부터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2050년대의 어느 날 또는 2060년대의 어느 날, 인류는 또 한 번 도약하는 자신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란다.

▶필자 이명현

경향신문
초등학생 때부터 천문 잡지 애독자였고, 고등학교 때 유리알을 갈아서 직접 망원경을 만들었다. 연세대 천문기상학과를 나와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네덜란드 캅테인 천문학연구소 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 연세대 천문대 책임연구원 등을 지냈다. 외계 지성체를 탐색하는 세티(SETI)연구소 한국 책임자이기도 하다. <이명현의 별 헤는 밤> <스페이스> <빅 히스토리 1>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과학책방 ‘갈다’ 대표.


이명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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