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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처 출신 판사 "위안부 피해자들 사과·배상 받았으면" 울먹(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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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소송서 시나리오 정하는 것 상상 못할 일" 항변

연합뉴스

법정 향하는 임종헌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0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9.5.20 hama@yna.co.kr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소송과 관련한 보고서를 쓴 법관이 법정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울먹였다.

임 전 차장 재직 당시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 근무했던 조모 판사는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조 판사는 2015∼2016년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위안부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소멸시효 등을 검토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박근혜 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일방적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불리한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이를 공소사실에 포함했다.

조 판사는 이와 관련해 검찰 조사에서 "차장님(임종헌)이 말하는 대로 소멸시효에 해당한다고 쓰다 보니 제 생각과 상충해 내적 갈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차장님이 말한 보고서 결론 부분에 거부감이 있었지만 재판을 위해 검토하는 게 아니라 차장님이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해 자료를 찾는다고 생각해서, 마음은 불편했지만 차장님이 말한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조 판사는 법정에서 이 같은 자신의 검찰 진술 내용을 확인한 뒤 발언 기회를 얻어 심경을 털어놨다. 증언 중간중간 울음을 억누르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당시 재판에서 어떤 결론이 나든 모든 경우에 대비해 설명을 준비해뒀다가 재판부 판단의 타당성을 외부에 설득하고 방어하는 것이 당연한 업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다른 것도 아니고 위안부 사건 피해자들에 대해 시나리오를 정해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후적으로 부정적인 부분만 부각돼 오해할 수도 있는데, 시간을 되돌려보면 당시에는 전혀 그런 사전지식 없이 언론에 관심 될 사건을 검토해보라는 지시와 함께 자료를 받았다"면서 "정말 (위안부에 불리하게 만들) 생각으로 보고서를 작성했겠는지, 한 번쯤 당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조 판사는 잠긴 목소리로 "이 사건의 재판이 아직도 진행 중인데, 이런 일 때문에 재판에 부담이 되거나 방해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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