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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외교기밀’ 빼내 정치공세 편 한국당, 제정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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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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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미 한국대사관 직원이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유출한 사실이 적발됐다. 정상 간 통화 내용은 외교 안보상 기밀이 포함될 수 있어 ‘3급 비밀’로 관리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기밀을 현직 외교관이 의도적으로 야당 국회의원에게 흘렸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고밖에 할 수 없다.

더 심한 건 강효상 의원의 행태다. 강 의원은 고교 선후배 사이라는 사적 연줄로 기밀을 빼낸 뒤 정치공세를 펴기 위해 언론에 공개했다. 국익은 안중에도 없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굴욕외교의 실체를 일깨워준 공익제보”(나경원 원내대표)라거나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밝힌 내용”(강효상 의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익제보’는 조직 내부에서 벌어지는 부정과 비리를 외부에 알리는 것이다. 상대국과의 신뢰가 걸린 외교기밀 유출을 ‘공익제보’라 부르는 건 어불성설이다. 미국을 비롯해 수많은 나라가 외교문서를 비밀로 분류해 수십년이 지나서야 공개하는 이유가 뭐겠는가.

더구나 강효상 의원이 공개한 한-미 정상 통화의 주요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5월 말 방한을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검토해보겠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정상의 일정이 ‘공익제보’일 수는 없다. 3급 비밀로 지정된 내용을 몰래 빼내 정치적으로 활용한 건 국민의 알 권리 차원을 넘어선다.

또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유출자를 찾는다며 영장도 없이 외교부 직원들의 핸드폰을 압수해 수색했다”며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본말을 전도한 정치공세일 뿐이다. 그렇다면 외교 기밀이 외부로 유출됐는데도 정부가 손놓고 있으라는 얘기인지 묻고 싶다.

끝도 없는 외교부의 기강해이는 이번에 바로잡아야 한다. 외교부는 얼마 전 제1차 한-스페인 전략대화에서 구겨진 태극기를 게양해 담당자가 문책당했고, ‘체코’를 ‘체코슬로바키아’로, ‘발틱’을 ‘발칸’으로 잘못 쓴 자료를 배포해 빈축을 샀다. 강경화 장관은 사고가 잇따르자 3월 간부회의에서 “외교부 수장으로서 책임을 느낀다”며 재발 방지를 다짐했지만 빈말이 됐다. 이런 외교부를 믿고 나라의 위신이 걸린 ‘외교’를 맡길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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