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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표 내고 8시간 증선위 지킨 김용범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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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32년 공직 떠나는 김용범 부위원장, 후임자에게 부담 안주려 끝까지 일로매진]

머니투데이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 사진제공=금융위원회




"지금 기분이 딱 25살 공무원을 시작했을 때의 마음이다. 아무것도 몰랐던 때, 안도감도 있고 불안감도 있고 또 약간의 설렘도 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사진)이 23일 32년간의 공직을 떠났다. 그간의 소회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처음에는 '덤덤하게' 나중엔 조금 '먹먹하게' 답했다. "오늘 목표는 안 우는 것"이라며 25살 꿈 많던 시절을 떠올렸다.

김 부위원장은 퇴임하기 직전까지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인 그는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했는데 전날(22일) 한국투자증권의 제재를 결정하는 증선위까지 꼬박 참석했다.

금융위 부위원장은 임기가 보장된 자리라 청와대 인사에 앞서 형식적으로 본인 사표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김 부위원장은 퇴임일 직전일 오전 사표를 내고 당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증선위원장 자리를 지킨 것이다.

증선위에 올라온 한투 제재 건은 증선위가 2번 열릴 정도로 사안이 복잡하고 쟁점도 첨예해 증선위가 한번 더 개최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한투증권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돈을 최태원 회장 개인에게 대출해줬는지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8시간의 논의 끝에 불법대출 혐의를 인정하고 과태료 5000만원이 부과됐다.

한 금융당국자는 "김 부위원장이 후임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사표까지 내고도 끝까지 책임을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김용범다웠다'는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는 모습이다.

행시 30회인 김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2017년 최종구 위원장과 함께 구성된 금융당국의 첫 수뇌부였다.

그는 '생산·포용적 금융'이라는 정책목표 아래 서민금융에서 성과를 냈다. '김용범효과'라고 할만한 수준이었다. 채용비리로 얼룩진 금융권 개혁, 금융당국 내부 조직 쇄신·개편이라는 과제를 무리 없이 해결했다는 평도 얻었다.

대표적인 '장수' 차관으로 꼽히는 김 부위원장은 후배 관료들에게 길을 터주고 조직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청와대 인사에 앞서 '용퇴'를 결심하고 사의를 표명했다.

앞으로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그간 소홀했던 것들을 되돌아보고 추스릴 예정"이라며 "지금까지 금융분야만 보고 살아왔는데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쪽으로 듣고 들으며 파릇파릇한 경험을 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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