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담뱃세 역차별 논쟁 일으키며···전자담배 '쥴' 내일 한국 온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24일 국내 공식 출시하는 궐련형 액상담배 '쥴', 상단 카트리지 포드를 갈아끼며 피는 식이다. [쥴랩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것은 USB인가 담배인가.

24일 국내 공식 출시하는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 얘기다. 쥴은 USB처럼 매끈한 디자인에 버튼을 없애 사용하기 편하고, 담뱃재ㆍ냄새마저 없어 ‘전자담배의 아이폰’이라고 불린다. 2015년 미국에서 출시한 뒤 현재 미국 전자담배 시장의 70%를 장악했다. 이번에 국내에 상륙하면서 ‘예쁜 담배’ 우려에 이어 국산 일반담배와 담뱃세 ‘역차별’ 논란까지 불붙었다.

먼저 쥴이 담배인가부터 살펴봐야 한다. 담배사업법 2조는 담배를 ‘연초(煙草)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해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상태로 제조한 것’으로 정의한다. 여기서 전자담배는 ‘증기로 흡입하는’ 담배에 해당한다. 궐련형 전자담배 대표제품이' 아이코스', 액상형 전자담배 대표제품이 '쥴'이다. 아이코스는 담뱃잎이 든 스틱을 전자장치에 꽂아 고열로 찌는 식이고, 쥴은 담뱃잎에서 추출한 니코틴 용액을 끓여 수증기를 흡입하는 식이다.

중앙일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갈아끼면서 피는 쥴의 니코틴 카트리지 ‘포드’(pod) 가격은 개당 4500원이다. 일반 담배는 물론 아이코스 한 갑 가격과 같다. 담뱃값은 같지만 붙는 세금은 다르다. 포드는 현행법상 니코틴 1㎖당 일정 금액을 과세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로 분류되는데, 니코틴 함량이 0.7㎖인 포드는 담배소비세 440원, 지방교육세 276원, 건강증진부담금 368원, 개별소비세 259원 등 1769원(부가가치세 포함)의 세금이 붙는다. 반면 일반 담배 세금은 3323원, 궐련형 전자담배는 3004원이다. 일반 담뱃세를 100%로 본다면 아이코스는 90%, 쥴은 53% 수준이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담배에 높은 세금을 몰리는 건 유해성 때문인데 제조 방식이나 성분이 다르다고 세금을 다르게 매기면 국민 건강 측면에서도 이치에 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담배업체 관계자는 “쥴 세금은 일반 담배의 절반인데 가격이 같다 보니 가져가는 수익은 (일반 담배보다) 월등히 높다”며 “주류세 부과 방식을 둘러싼 국산ㆍ수입 맥주 ‘역차별’ 논란과 닮았다”고 설명했다.

2017년 아이코스가 국내에 상륙할 당시도 과세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한 갑에 4300원에 출시했는데 당시 과세 기준에 따라 쥴과 비슷하게 일반 담배의 50% 수준 세금을 매겼다. 일반 담배와 형평성 논란이 일자 관련법을 개정해 담뱃세가 일반 담배의 90% 수준으로 인상됐다. 담뱃값은 4500원으로 올랐다. 아이코스 제조사인 한국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를 판매하는 42개국 중 일반 담배와 같은 세금을 매기는 나라는 없다”며 “(유해성이 일반 담배보다 적다는 점을 고려해) 낮은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아이코스 유해성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정부가 현행 담뱃세 체계를 묵인할 경우 아이코스 출시 때와 같은 논란을 반복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출시 후 판매 추이를 보면서 결정하되 과세 형평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기존 유형에서 벗어난 담배가 속속 등장하는 만큼 담배 과세 체계를 대폭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같은 담배라고 전제한다면 쥴에만 절반 수준의 세금을 매기는 건 조세 중립성 원칙에 어긋난다”며 “세금을 덜 부과하면 가격 체계에 왜곡이 생기고 세수도 덜 걷히는 만큼 정부가 선제적으로 세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