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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화웨이 OUT` 동참땐 제2 사드보복 우려…한국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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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웨이 美제재에 어정쩡한 韓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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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도 화웨이 5G 장비를 둘러싼 글로벌 분쟁 한복판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특히 영국 호주 일본 등 다른 미국 동맹국들의 경우 아직 화웨이 5G 장비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 전 단계여서 오히려 파장이 크지 않지만, 한국은 이미 LG유플러스가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화웨이 5G 장비를 2만개 이상 설치한 상황이어서 주목된다. 미국 요구가 LG유플러스가 현재 서울에 깔고 있는 장비 수준에서 더 이상 진척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수준에 그친다면 몰라도 만약 이미 설치된 장비를 철거하라는 식으로 강도 높은 요구를 해올 경우 한국은 미국과 중국 틈바구니에 끼여 매우 난처한 상황에 빠져들게 되기 때문이다.

군사 분야에서도 화웨이 장비가 이미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상태다. 한국 국방부와 군도 군용지휘통신 체계를 대상으로 올해 초부터 전체적인 점검을 실시했고 최근에도 보안성에 문제가 없는지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용 지휘통신체계는 일부가 주한미군과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화웨이 사태 속에서 양국 모두 민감하게 접근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23일 "미국 입장은 이미 지난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공표된 사안으로, 큰 틀에서는 미국 동맹국인 한국에도 이러한 시그널이 이미 보내졌다고 이해될 수 있다"며 "한국이 다른 동맹국들에 비해 특별히 강하게 요청을 받았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외교부로부터 '미국이 여러 통로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압박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가 개별 기업 간 거래에 끼어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세계 최초 5G 이동통신 상용화' 윤곽이 잡히던 작년부터 수차례 "외산 장비가 아닌 국산화에 힘써달라"고 강조해왔다. 표면적으로는 "한국 기술이 아니면 세계 최초 5G의 의미는 크지 않다. 특히 통신장비는 일단 깔고 나면 교체가 쉽지 않은 종속성이 크기 때문에 국산화가 중요하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간접적으로 화웨이 장비를 염두에 둔 발언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은 올해 초부터 자국은 물론 동맹국들에도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아달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며 '화웨이 OUT' 전선을 확장해왔다. 주요 동맹국이자 주한미군 주둔지인 한국에도 이 같은 압박이 들어왔을 것이라는 추측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은 아예 공공연하게 화웨이 배제 방침을 밝혀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월 헝가리를 방문한 자리에서 "만약 미국의 중요한 시스템이 있는 곳에 화웨이 장비가 설치돼 있다면 그들과 협력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우리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경우의 위험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연일 맹공을 퍼붓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숨을 고르고, 화웨이가 기술력을 내세워 반대전선을 무력화하면서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지만 최근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면서 화웨이도 다시 주요 타깃이 됐다.

미국은 이미 독자적으로 화웨이 장비 차단에 나섰다. 미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화웨이와 그에 딸린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기업 명단에 올렸다. 앞으로 이들 기업이 미국 기업과 거래하려면 미국 당국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주요 동맹국에 이 같은 방침을 전달하면서 5G 이동통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한창 화웨이 장비를 깔고 있는 한국 정부에도 재차 압박을 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정부는 깊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안미경중(安美經中)' 구도 속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따라 '화웨이 압박'에 동참하면 중국의 어마어마한 압박이 기다릴 게 뻔하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6년 이후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미·중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어느 한쪽 편에 선다면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으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른 동맹국들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화웨이의 기술력과 영향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화웨이 관계자는 "이미 수차례 강조한 바와 같이 화웨이 장비에 보안 우려는 없으며 세계적으로 월등한 5G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금처럼 꾸준히 시장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찬옥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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