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시험지 유출` 결국 징역살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숙명여고에 다니던 자신의 쌍둥이 딸에게 시험 문제와 답안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학교 전 교무부장 현 모씨에게 1심에서 징역 3년6월이 선고됐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이기홍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현씨 선고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현씨의 두 딸이 정답을 미리 알고 이에 의존해 참고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두 학기 이상 은밀하게 이뤄진 범행으로 (숙명여고의) 업무가 방해된 정도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대학 입시와 직결된 문제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고등학교 성적 처리 절차와 관련해 다른 학교의 투명성과 공정성까지 의심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 교육 향상에 대한 신뢰가 깨지고 교육 업무에 성실하게 근무해온 교사의 사기를 저하시킨 점 등을 감안하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현씨는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두 딸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성적이 올랐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날 "딸들 성적이 급상승했다는 정황만으로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가 입증됐다고 볼 순 없지만, 그들이 시험 직전에 정답이 정정된 문제를 틀린 정황과 시험지에 읽기 어렵게 적어둔 '깨알정답' 등은 시험 전부터 암기하고 있다가 시험이 시작되자마자 바로 적어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교에서 유일하게 만점을 받은 물리1 과목은 일부 문제를 풀이 과정 없이 암산으로 푼 것도 경험칙상 인정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현씨가 시험지와 답안에 접근이 가능했던 점도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현씨는 숙명여고 관리지침상 정기고사 출제 서류 결재권자였고, 교무부장 지위 권한을 이용해 결재하는 동안 출제 서류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고는 "시험지가 보관된 금고 비밀번호를 알았을 뿐 아니라 교무실에 사람이 없으면 언제든 금고를 열어 시험 문제 확인이 가능하고, 정기고사를 앞두고는 초과 근무를 하면서도 근무대장을 기재하지 않았다"고 했다.

현씨는 교무부장으로 근무하던 2017~2018년 정기고사에서 시험 문제와 정답을 딸들에게 알려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번 의혹은 1학년 1학기에 각각 전교 121등과 전교 59등을 기록한 두 딸이 다음 학기에 각각 5등과 2등, 2학년 1학기 때는 인문계와 자연계에서 각각 1등을 하면서 불거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14일 결심공판에서 "공정해야 할 현직 교사가 개인적 욕심으로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불량하다"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이날 현씨 측 변호인은 선고 직후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씨의 두 딸은 이 사건으로 가정법원에서 소년범 재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광섭 기자 / 진영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