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fn스트리트] 희토류 열국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 와중에 중국이 비장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여차하면 세계 생산량의 80% 가까이 차지하는 희토류(稀土類)를 자원무기화할 낌새다. 희토류는 화학 원소번호 57~71번(15개)에 스칸듐·이트륨을 더한 17개 원소를 총칭한다. 전기차와 액정표시장치(LCD), 심지어 레이더나 미사일유도시스템 제작에도 쓰인다.

이 '산업 비타민' 시장에서 중국이 '슈퍼 갑' 행세를 하는 원동력이 뭔가.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우선 매장량(4400만t)이 가장 많다. 브라질과 베트남 등도 각각 중국의 절반 수준의 매장량을 갖고 있지만, 값싼 노동력과 품위(광물 내 유용한 성분의 함량)에서 비교우위인 중국의 생산량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집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북한도 중국에 버금가는 매장량을 자랑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그림의 떡'일 뿐이다. 경제성이 있는 품위인지 확인된 적도 없고, 북핵 제재가 풀려야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희토류는 이름처럼 꼭 희소한 것만은 아니다. 적잖은 매장량을 가진 선진국들이 생산을 꺼리는 바람에 희소가치가 커진 측면도 있다. 19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의 마운틴패스 광산이 단일 광산으로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지였다. 그러나 추출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문제가 되면서 미국은 중국에 생산시장을 내줬다. 정제 과정에서 황산과 플루오르화수소산이 혼합된 폐가스와 방사성 폐수를 다량 배출하기 때문이었다.

미·중 패권 다툼이 다양한 나비효과를 불렀다. 미국도 중국이 '희토류 방아쇠'를 당길 가능성에 대비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 화학기업 블루라인이 호주 희토류 생산업체 라이너스와 텍사스에 정련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은 더 철저하다. 2010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타오) 열도 영토 분쟁 때의 '쓴 맛' 탓이다. 당시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에 질겁했던 일본은 말레이시아 등으로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자국 해저에서 희토류를 채굴·가공하는 신기술로 무장 중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