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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기자수첩] 정부, 기업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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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당신이 그곳에 들어가서 생각하고 있는 이상 자신의 의지로 밖으로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냥 여기에 서 있었던 거예요…(중략)…나에게는 당신을 그곳에서 불러낼 권리는 없다고 느끼고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책 '만엔 원년의 풋볼'의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대목이다. 주인공 남자가 아내에게 일어난 엄청난 일로 방황하던 중 저런 말을 듣게 된다. 아내는 기다릴 뿐 자기가 원하는 삶을 남편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작가는 타인의 삶을 내 마음대로 하려는 것도 또 다른 폭력이라고 말하고 있다. 집단주의가 강한 한국 문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다. 일본은 가족이라 하더라도 일찌감치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 심지어 아이돌 등 한류 스타를 찾아 일명 '덕질'(좋아하는 분야에 심취해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찾아보는 행위 등)을 하는 나이 지긋한 아내를 바라봐주는 일본 남편을 쉽게 볼 수 있다. "단지 스타를 보기 위해 한국 여행을 가겠다는 아내를 왜 반대하지 않으시나요"라는 질문에는 "내 취향과 맞지 않아도 아내가 좋아하는 것이니 당연히 보내줘야죠"라는 말이 되돌아온다.

일본의 장기불황을 뜻하는 '잃어버린 20년'을 되찾은 비결에도 일본의 이런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꼽히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아베 정권은 장기간 지속됐던 디플레이션과 엔고 탈출을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하는 경제정책을 펼쳤고, 급기야 일본 경제를 부활시켰다. 일본 기업 리더층들은 불황이 지속되는 동안 한국 기업의 성장 비결을 묻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3년차에 접어든 우리 정부는 경제정책에 좋은 점수를 못 받고 있다. 너무 앞서나간 경제정책들로 여기저기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를 하다 만난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너무 많은 규제에 사업하기 힘들다 한다. 최근 정부가 규제샌드박스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지만 기업인들의 갈증은 해소되고 있지 않다. 정부는 그동안 실패했던 정책들을 받아들이고 다시 수정하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기업인들이 내는 다양한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happyny777@fnnews.com 김은진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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