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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법보다 6배 많은 국회의원 수당 ‘꼼수 인상’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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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패스트트랙 정국'으로 국회가 멈춰선 지도 한 달이 되어갑니다. 4월 임시국회는 본회의 한 번 열지 못했고, 5월 국회마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얘기도 조심스레 나옵니다. "'밥 잘 사주는 누나'가 아니라 '밥값 하는 국회의원'이 되라고 성토해도 부족할 판"이라는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의 말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국회의원들의 '밥값'인 '수당', 얼마일까요? 국회가 멈춰선 지금도 국회의원 수당은 꾸준히 지급되고 있을까요? 과연 얼마나 받고 있을까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국회의원 수당의 실체와 '꼼수 인상'의 비밀을 확인해봤습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이슈 리포트 : ‘국회의원, 얼마씩 받나’ 바로가기]

■법에는 90억 원, 실제 수령액은 455억 원?

국회의원들이 받는 '세비'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줄여서 '국회의원 수당법'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의 직무 활동과 품위 유지를 위해 매달 수당을 지급하는 건데, 크게 '일반 수당', '입법 활동비', '특수 활동비' 세 가지 항목으로 나뉩니다. 수당법을 보면, 일반 수당은 매달 101만 4천 원, 입법 활동비는 매달 120만 원씩 꼬박꼬박 지급됩니다. 국회가 열릴 때나 열리지 않을 때나, 회기와 상관없이 수당을 줍니다. 특수활동비의 경우 입법활동비의 30%를 회기 중에 주도록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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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당법을 기준으로 하면 올 한해, 국회의원 300명이 받는 세비는 모두 합쳐 90억 원 정도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2018년 회기일수 285일 전원 출석 가정)

그런데 지난해 12월 국회사무처가 낸 보도자료와 비교해보니, 조금 이상합니다. 국회사무처는 "2019년 의원의 총 수령액은 1억 5,176만 원으로 전년 대비 1.2% 수준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의원 한 명이 1억 5천만여 원을 받는다는 건데요. 이걸로 계산하면 300명이 받는 세비가 455억 원을 넘어섭니다. 수당법의 90억 원과 국회사무처가 공식적으로 밝힌 455억 원의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법 아래 숨은 '국회 규정'으로 '꼼수 인상'…국회의장 결재로 'OK'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수당 규정'에 그 비밀이 있었습니다. 수당법 밑에 수당규칙, 그 밑에 '국회의원수당 등 지급에 관한 규정'이 마련돼있었던 겁니다.

이 수당 규정을 보니 의원 한 명이 받는 일반 수당이 675만 원이었습니다. 수당법의 101만 4천 원의 6배가 넘는 금액입니다. 입법활동비도 313만 원으로 수당법상의 120만 원의 두 배 반이 넘었습니다. 특별활동비는 입법활동비의 30%니 당연히 덩달아 올랐겠지요. 여기에 규정에 명시된 정근수당과 가족수당, 명절휴가비 등이 붙어 455억 원이라는 금액이 나오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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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주머니에 들어가는 수당이 6배 뛸 동안 유권자인 국민들은 왜 모르고 있었을까요? 그건 '수당 규정'이 정보 공개 청구를 해야만 알 수 있는 비공개 규정이기 때문입니다. 수당법 2조에 '다만, 수당을 조정하고자 할 때에는 이 법이 개정될 때까지 공무원 보수의 조정비율에 따라 국회규칙으로 정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붙어있습니다. 국회 규칙에서 수당을 조정할 수 있도록 위임한 겁니다. 그런데 국회 규칙을 보면 또다시 국회의장에게 수당 조정을 위임하고 있습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몇십 년 동안 이렇게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왜 이렇게 하는 거냐'는 질문에는 "법률과 규칙은 본회의 의결사항인 만큼 개정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법률과 규칙은 개정하려면 국회 상임위 등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회의 과정과 내용, 결과가 국민들에게 공개됩니다. 하지만 규정은 국회의장 결재만으로 개정이 가능하고, 논의 과정이 전혀 공개되지 않습니다. '국회 규정'에만 '진짜 수당'이 나와 있는 이유입니다.

■회의 참석 안 해도, 구속돼도 꼬박꼬박…비과세 혜택까지

문제는 또 있습니다. '특별활동비'의 경우 회기 중에만 입법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급되는 금액입니다. 하지만 의원들은 이미 매달 '입법활동비'를 받고 있습니다. 사실상 이중지원입니다. 또 회기 중에만 지급되는 만큼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야만 특별활동비를 지급하는 게 원칙이지만, 회의가 열리지 않아도 참석했다고 보고 지급됩니다.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의 경우 소득세법상 비과세 혜택까지 받고 있고, 구속된 의원들의 주머니에도 세비가 꽂히고 있는데, 수차례 지적과 논란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숱한 문제들 속에, '개점휴업'이었던 지난해 6월 국회와 회의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2월 임시국회, '안갯속'인 패스트트랙 정국에서도 특별활동비를 포함한 국회의원 수당은 꾸준히 지급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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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앞에 세워진 커다란 벽…정당성 얻으려면 국민 설득 노력해야"

유성진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부소장은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문제"라고 말합니다. "의정활동을 하는 데 당연히 비용이 들고, 중요한 활동이기 때문에 세금으로 비용을 대는 것은 맞지만, 그 활동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하려면 국민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반 공무원과 법관의 경우 누구나 보수 관련 규칙과 규정을 볼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는 점도 차이입니다. "유권자들이 들여다보기에는 굉장히 어려운 절차적 벽이 있는 거죠. 그런 것들을 제거하는 것이 국회 입장에서도 스스로의 정당성을 높이는데 그리고 신뢰를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지역구 국회의원, 1년에 얼마씩 받을까?’ 참여연대 데이터 확인하기]

이세연 기자 (s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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