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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국가 R&D, 철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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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증가율이 1년 만에 1%대로 떨어질 것이 전망된다.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국가 R&D 예산 지출 한도를 20조9000억원으로 조정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는 올해보다 1.9%(4000억원) 늘어난 것이지만 올해 예산 증가율 4.4%보다는 크게 떨어졌다.

다만 당초 기재부가 과기정통부에 전달한 지출 한도(19조7500억원)보다는 늘었다. 내년에 일몰될 사업을 대체할 신규 사업을 추가 선정한 결과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증가율이 더 떨어질 수도 있었다. 현 정부가 당장 시급한 경제 활력 제고와 복지 분야 투자에 우선순위를 두다 보니 기초 연구 및 산업기술 R&D 예산이 후순위로 밀린 셈이다.

국가 R&D 예산 증가율은 2000년대 들어 10%대를 유지했지만 2011년 10%선이 무너졌다. 이후 5~8%대를 오가다 2016년 이후 3년 연속 1%대에 머물렀다. 재정 지출 효율화 기조에 기초 R&D가 뒷전으로 밀렸다. 혁신 성장을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는 올해 증가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그러나 올해 늘어난 예산 증가율도 문화·체육·관광(12.2%), 보건·복지·노동(11.3%), 교육(10.1%) 부문과 비교하면 크게 못 미친다. 12개 재정 분야 가운데 9위에 불과하다. 내년도 예산 증가율이 1%대로 떨어지면 다른 분야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 자명하다.

문제는 미래를 대비한 핵심 R&D가 지연되고, 투자 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당장 눈앞에 놓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래를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을까 우려된다. 무엇보다 국가 R&D에 대한 명확한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당장 예산 증감 폭을 떠나 들쭉날쭉한 예산 편성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

최근 주력 산업 활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미-중 무역 분쟁 등 대외 환경은 더욱 불투명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경쟁국들의 뜀박질도 큰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가 R&D 투자 우선순위를 재점검하고 명확한 철학을 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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