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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불안'에 휩싸인 명지대…학생들 "부실 이미지로 취업 불이익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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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학원 ‘파산’ 논란에 ‘폐교’ 우려…불똥 튄 명지대
명지대 "법인 문제…폐교 가능성 없다"
학생들 ‘부실 이미지’로 취업 불이익 우려…"이 지경까지 뭐 했나"

23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 앞 카페에서 두 재학생이 대화 중이었다. 정모(24)씨가 "뉴스 봤어?"라고 입을 떼자, "무슨 뉴스?"라는 답이 돌아왔다. "우리 학교가 문을 닫을 수 있다던데…"라고 말한 뒤 두 사람은 휴대전화로 뉴스를 검색해봤다. "설마…난 대책도 없는데"라는 말과 함께 두 사람의 대화는 취업 문제로 이어졌다. 정씨는 "뉴스만 봐서 알 수는 없지만, 안 좋은 일로 이름 오르내려 부실 이미지 낙인찍힐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명지초부터 명지대까지 총 5개 교육시설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명지학원이 파산 신청을 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이 ‘폐교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러자 학교 측은 "폐교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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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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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채권자 김모씨가 명지학원이 10년째 빚 4억3000만원을 갚지 않자 지난해 12월 파산 신청서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했다는 사실이 전날 오후 보도됐다.

김씨는 명지학원 ‘사기분양 의혹 소송’에서 승소한 33명의 피해자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명지학원은 경기 용인의 명지대 캠퍼스 내 실버타운 336가구를 분양하면서 ‘9홀 규모의 골프장’을 지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광고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아 2013년 192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명지학원 측에서 배상을 계속 미루자 김씨가 대표로 파산 신청을 한 것이다.

법원은 재학생과 교직원 등의 피해를 우려해 결정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8일 심문 기회를 한 차례 더 줘, 학교법인과 김씨 간 합의를 유도할 전망이다. 대학알리미와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명지학원 산하 5개 학교에 다니는 재적학생은 총 2만 4000여명. 교직원 등을 포함하면 약 3만명에 이른다.

학생들 사이에선 학교가 폐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상당수는 실제로 폐교까지 가겠느냐는 반응이다. 명지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파산 신청을 희화화하는 패러디도 나왔다. ‘LG의 재단 인수 소망’이라는 글이 올라왔고, 명지대를 상징하는 교표(校標)인 나무에 잎새가 하나 남은 그림을 올리며 ‘마지막 잎새’를 이야기하는 패러디도 등장했다.

학생들은 사태를 방치한 학교법인을 비판했다. 한 재학생은 "캠퍼스 증축 공사 등을 하는 상황에서 돈 갚을 능력은 충분히 돼 파산 확률은 0%에 가깝다"며 "문제는 돈 갚을 능력이 있는데 사태를 미뤄 이 지경까지 왔다는 것이다. 폐교 걱정보다 이 지경까지 몰고온 명지학원을 규탄해야 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명지학원 소속 한 교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법인의 문제는 지속해왔다"며 "곪은 게 터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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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의 실제 교표(왼쪽)과 학생들이 ‘마지막 잎새’라며 풍자한 교표. /명지대·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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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측은 ‘폐교’에 대해 "가능성 없다"는 입장이다. 명지대 관계자는 "학교법인의 문제와 대학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며 "구성원이 불안해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학교가 폐교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파산이 실제 되지 않는다고 해도 과거 법인 이사장의 비리문제가 불거졌던 일을 떠올리며 대외 이미지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2009년 당시 유영구 전 명지학원 이사장은 학교법인 자금 727억여원을 횡령하고, 명지건설의 부도를 막기 위해 1735억여원을 부당 지원해 재단에 피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했다. 당초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명지대 재학생 김모(23)씨는 "친구들도 그렇고 사실 학교 걱정보다, 괜히 취업 등에 불이익이 올 것을 걱정한다"며 "신입생으로 돌아가서 지원서를 쓴다면 ‘부실’ 문제가 불거진 대학에 지원하겠느냐"고 했다.

[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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