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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욱의 서양사람] 탑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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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조한욱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


그 목사에게는 세 살 터울의 두 딸이 있었다. 아버지는 두 딸에게 허약한 체질을 물려주었다. 그렇지만 맏딸은 강한 성격도 이어받았다. 아버지가 교회를 자주 옮긴 것은 건강뿐 아니라,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도 회중과 맞서는 성격 때문이었다. 돌과 욕설이 함께 날아들면 교회를 옮기지 않을 수 없었다. 맏딸은 여섯 살 때 국회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내 동생이 예쁘다고 말한 건 아버지 표를 받으려던 거였죠?”라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어렸을 적부터 척추와 신경계 질환에 불면증으로 고생하던 그 딸에게 의사는 야외의 공기가 좋다며 여행을 권했다. 그리하여 승마와 조정을 배웠다. 교육은 아버지와 책으로부터 받았다. 열여섯에 이미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을 비교하는 논문을 썼던 그에게 의사는 항해를 권했다. 미국 여행의 결과가 책으로 나온 뒤 거의 20년이 지나 다시 미국을 방문했다. 특히 로키산맥의 공기가 몸에 좋다고 하여 콜로라도를 찾았던 것이다. 여자들은 다리를 모으고 말 잔등이에 옆으로 앉아 타던 시절에 바지를 입고 앞으로 타며 800마일을 달렸다.

“로키산맥의 짐”이라고 알려져 있던 악당 짐 뉴전트와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애꾸눈의 무법자였지만 시를 좋아했던 뉴전트에 대해 “어느 여자라도 사랑에 빠지겠지만 제정신을 가진 여자라면 누구라도 결혼을 하지 않을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그렇지만 여전히 아둔했던 그 시대에 그는 바지를 입고 말을 탄 것을 보도한 신문에 화를 냈고, 뉴전트에 대한 자신의 묘사도 책이 출간되기 직전에 삭제했다.

우리나라에선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의 저자로 알려진 이사벨라 버드 비숍은 사실 그보다 훨씬 더 큰 여자였다. 아시아에서만도 일본, 중국,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 등지를 여행하며 기록을 남겼던 것이다. 캐릴 처칠이라는 영국의 극작가는 <탑걸>이라는 희곡에 이사벨라를 등장시켜 대화를 나누게 한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끔찍한 고통을 겪어야 했던 여성들이 탑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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