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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금융당국의 시각...최종구 발언 "승자독식 위한 조급함에 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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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권화순 기자] [혁신 강조 분위기 편승, '혁신은 선, 규제는 악'이란 이분법적 사고는 문제]

머니투데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제1회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19' 개막식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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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재웅 쏘카 대표를 직격하며 타다 논쟁에 기름을 붓다시피 한 것은 ‘혁신사업가들의 조급함에서 오는 독선’에 대한 불편함이 깔려 있다. 금융위는 ‘타다’의 주무부처는 아니지만 어느 부처 못지 않게 혁신사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부처다. 핀테크를 통한 금융혁신이 금융위 담당 업무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 4월 ‘금융샌드박스법’ 시행을 계기로 금융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에는 규제에 걸려 할 수 없었던 상품과 서비스가 이미 26개 허가됐다. 오는 26일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사업자도 결정된다. 최 위원장을 비롯한 금융당국자들은 그동안 수많은 핀테크 기업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혁신사업자들의 어려움에 공감했지만 기존 사업자들과 당국에 대한 불만이 과하다는 인상도 받아왔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혁신금융서비스 심사하는 과정에서도 정부는 어떻게든 해 줄려고 애를 쓰지만 그에 따른 위험을 고려해야 한다”며 “그들은 정부가 해주는 건 당연하고 당국에서 얘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혁신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서 자기들이 하는 것은 무조건 선이고, 기존에 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안된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

또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스타트업 핀테크 회사들은 혁신하고 싶은데 (정부가) 왜 발목을 잡냐고 여긴다”며 “금융은 규제산업이고 규제엔 이유가 있는데 그들은 규제를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급성장하던 P2P 업계는 규제 완화를 줄기차게 주장했지만 결국 많은 소비자들이 P2P기업들의 ‘사기대출’로 피해를 보기도 했다. 핀테크 기업들의 규모가 커지면서 기존 업계를 무시(?)하는 태도가 나타나기도 한다. 인터넷은행 사업자 선정에 출사표를 낸 ‘토스’는 신한은행과 주주 구성을 협의하다 일방적으로 결렬을 통보해 금융권에서 ‘상도의가 없다’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금융권에선 혁신사업자들의 이같은 태도의 이면엔 ‘조급함’이 있다고 본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혁신사업은 승자독식이 강한 시장”이라며 “이들은 시장을 선점하고 약한 경쟁자들을 무너뜨린 후 비싼 값에 팔고 새로운 것을 다시 시작하려는 성향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그러니 ‘마음이 조급해지고 걸림돌이 되는 기존 사업자나 규제 당국을 타깃으로 삼는다’는 것.

이 때문에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혁신은 장려해야 하지만 ‘혁신’으로 포장한 규제 회피와는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혁신가들에게 겸손까지 요구할 수는 없다”면서도 “기존 규제의 예외규정을 이용한 사업모델이 대단한 혁신의 아이콘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타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의 예외 규정을 이용해 승차공유 사업을 하고 있다.

김진형 기자 jhkim@mt.co.kr,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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