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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노인 대국' 일본, 요양시설 학대치사 사건으로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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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세 할아버지, 직원 폭행에 사망…"3층서 추락한 정도의 충격 받아"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노인요양 시설에서 20대 직원이 무자비한 폭행으로 한 노인을 숨지게 한 사건이 일본 사회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이런 사건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8%가 넘는 '노인 대국' 일본에서 간혹 발생하는 일이지만, 언론매체들이 경쟁적으로 보도하면서 사회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초 도쿄 시나가와(品川)에 있는 한 유료 노인요양 시설에서 82세 할아버지 K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타살을 의심한 경찰은 수사에 착수, 요양시설 직원인 N(28) 씨의 폭행으로 K 씨가 숨진 것으로 보고 N 씨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이후 요양시설의 폐쇄회로(CC) TV에 폭행 정황을 뒷받침할 장면이 녹화된 사실이 밝혀지는 등 범행을 입증할 영상 자료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일본 언론은 연일 속보를 쏟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노인 폭행 일러스트 [제작 정연주, 최자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N 씨는 지난 4월 3일 밤 K 씨에 폭행을 가해 4월 5일 출혈성 쇼크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검을 해보니 K 씨는 최소한 갈비뼈 4개가 부러지고 내장은 손상된 상태였다.

가해자 N 씨는 "폭행한 적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지만, CCTV에는 4월 3일 오후 8시 이후 K 씨 방을 여러 차례 드나드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특히 폭행을 피해 방에서 빠져나가려는 K 씨 다리를 거칠게 끌어당기는 장면도 녹화됐다고 일본 언론은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하고 있다.

사건 당일 다른 여직원 2명이 숙직근무 중이었지만 사건 발생 신고가 있었던 시간대에는 N 씨 혼자 K 씨 방이 위치한 2층을 담당했다고 한다.

N 씨는 4월 4일 오전 1시 45분쯤 직접 119로 전화해 "침대에서 괴로워하는 노인이 있다"고 신고했지만, 일본 경찰은 그가 신고 후에도 K 씨를 방안으로 끌고 들어가 추가로 폭행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인지장애를 겪던 K 씨는 올 3월 요양시설에 들어온 뒤 면회를 온 둘째 딸에게 "젊은 사람에게 발로 차였다"고 말했지만, 딸이 이를 귀담아듣지 않아 변을 피하지 못했다.

NHK는 23일 K 씨가 3층에서 떨어졌을 때와 비슷한 충격을 받아 사망했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고 속보로 전했다.

일본 언론의 취재에 따르면 용의자 N 씨는 2017년 2월 근무하던 다른 요양시설에서도 학대 의심 사건이 경찰에 신고돼 조사를 받았지만, 본인이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목격자도 없어 입건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본 언론은 노인요양 시설에서의 학대 문제를 새삼 부각하고 있다.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2017년도 일본 노인요양 시설에서 직원이 저지른 학대 사건은 510건으로, 이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11년째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학대 피해를 특정할 수 있는 피해자 854명의 사례에서 60%가량이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 산케이신문은 요양시설에서 만성적으로 벌어지는 학대 사건 배경에는 인력부족으로 인해 직원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한몫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6년 실시된 요양시설 근무자 대상 설문조사에서 학대가 일어나는 원인(복수응답)으로 54.3%가 업무상의 부담 증가를 꼽았고, 48.9%는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거론했다고 한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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