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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수사권 조정의 ‘암초’ 정보경찰, 왜 문제되나- ⓵독재정권의 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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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권력남용과 고문의 역사... 논란의 시작

[편집자 註]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정보경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의 암초로 떠올랐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일제 강점기와 독재시대 잔재’라며 문제를 제기하면서 본격화된 논란은 박근혜 정부 시절 ‘정보경찰’들이 정치사찰과 선거개입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며 파장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경찰은 ‘오랜 관행’이라며 여론의 화살을 피하려 하지만, 당시 정치사찰과 선거개입을 주도했던 강신명·이철성 경찰청 정보국장들이 나란히 경찰청장에 올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개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정보경찰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그들은 왜 개혁의 대상이 됐을까? ‘정보경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개혁방향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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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XX새끼”
인터뷰 시작부터 그의 입에서는 그는 ‘10원짜리’ 욕이 터져 나왔다. 30년이 지났지만 가슴 속에 사무친 분노는 사그러들지 않은 듯 했다. 학창시절 학생운동에 꽤 열성이었던 그는 ‘중간급 간부’로 지목돼 고초를 겪었다.

“집에 있는데 잡으러 왔더라고, 부산시경 정보과라 그러면서... 나를 딱 보더니 첫 마디가 ‘너 하나 정도는 죽어도 아무도 모른다’ 카더라고. 부산항 4부두 어디쯤에 대공분실이 있는데, 조사실 밑바닥이 열리면 바로 바다로 이어진다카데? 의자에 묶어서 그대로 담가 뿐다꼬...”

그의 증언에 따르면 ‘정보경찰’의 협박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잡혀간 아들을 찾으러 수소문 끝에 찾아온 부모에게 서슬 퍼런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울 어매를 딱 보더니 ‘어무이, 아들 간수 잘 하소’라면서 ‘잘못하면 아지매도 유가협(전국 민주화운동 유가족협의회) 회원 됩니더’고 카더라고...”

사실상 아들을 죽일 수도 있다는 의미. 그 때만 해도 그런 협박을 부모의 면전에 대놓고 해도 문제가 안되던 시절이었다. 요즘 같으면 난리가 나겠지만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아무도 문제 삼을 수 없었다. 정보경찰의 위세는 그렇게 대단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정보경찰’의 시작은 일제 강점기 ‘고등계 형사’에 뿌리를 둔다. 해방이후에는 ‘경찰 특무대’로 불렸다가 7·80년대에는 ‘대공계 형사’ 혹은 ‘정보과 형사’로 불렸다.

학생회 간부로 활동했던 김기태 미국변호사(46)는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정보과 형사들이 대학구내에 상주하면서 총학생회장 등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가 갑자기 덮쳐서 체포해 가기도 했다”면서 “영장 같은 건 본 적도 없다”라고 회고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대공계’ 경찰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대공계’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사라지면서 대신 정보과와 보안과로 나눠졌다. 진짜 간첩을 잡는 일은 보안과에서만 하고, 정보과는 범죄정보와 정책정보 수집을 주업무로 하게 됐다. 학생운동이나 노동조합에 대한 감시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정보경찰’들의 정치개입이나 재야단체에 대한 '사찰'을 하지 않는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과거처럼 노골적이진 않지만 아직도 정당이나 단체, 심지어 언론사를 출입하며 활동하는 정보경찰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박근혜 정부시절, 경찰청 정보국이 선거관련 정보를 수집해 청와대에 제공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지난 20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경찰청 정보국장 시절 총선대책 문건 등을 작성하는 등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았다.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이철성 전 경찰청장 역시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강 전 청장과 이 전 청장은 2012년~2016년까지 나란히 경찰청 정보국장을 역임했고, 역시 나란히 경찰청장이 됐다. 청와대의 요구에 따라 '기계적으로' 정보를 생산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정보경찰이 정권과 유착됐고 그럴수록 출세에 유리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인 셈이다.
장용진 기자 ohngbear@ajunews.com

장용진 ohngbear@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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