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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5G 패권 전쟁 발발…'기사회생' 퀄컴·'사면초가' 화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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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FTC, 퀄컴 제소…삼성전자·애플 등 IT 기업 적극 참여 미 상무부, 화웨이 및 계열사 거래제한…구글·ARM 거래 중단 선언

#2017년 7월 14일, 서울고등법원 민사대법정에는 수십명의 변호인들이 들어섰다. 이들은 각각 공정위와 퀄컴, 그리고 보조 참가자인 삼성전자, 인텔, 애플, 화웨이 등을 대리하기 위해 출석한 법무법인 소속이었다.

2017년 서울 고등법원에서 열린 공개 심문은 당시 궁지로 몰리고 있던 퀄컴의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퀄컴을 둘러싼 소송전은 치열하게 진행됐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TC)도 퀄컴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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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5G) 이동통신이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던 2010년대 중반, IT기업들은 독점적인 라이선스를 가지고 IT업계 공룡으로 부상한 퀄컴에게 반기를 들었다. 특히 5G 시대에는 퀄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쳤다. "Anything but Qualcomm", '퀄컴만 아니면 다 좋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한국의 공정위를 포함해 각국 반독점당국이 제기한 소송에 기업들은 적극 참여해 퀄컴의 '횡포'를 증언했다.

반(反)퀄컴 연합의 당수(黨首)는 애플이었다. 애플은 퀄컴이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휴대폰칩에 과도한 라이센싱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퀄컴도 애플이 자사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상을 회피하고 있다며 맞섰다.

그러나 이후 2년간 끌어온 두 IT 공룡의 다툼은 지난 4월 16일 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양사는 상호 제기한 국제 소송을 모두 취하하고, 애플은 지연됐던 라이센싱 비용을 지급하기로 했다. 동시에 퀄컴과 향후 6년 동안 5G 모뎀을 포함한 칩 공급계약을 맺었다. 양사간 합의가 타결된 후 퀄컴의 주가는 40% 가까이 수직상승했다.

두 회사는 당장 전날까지만 해도 배상금만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대규모 소송을 예고했다. 갑작스러운 타결에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의 퀄컴 지키기는 '5G 패권'으로 이어진다. 미국은 5G 모뎀을 설계하는 퀄컴을 제외하고 통신장비와 단말기 모두에서 내세울 대표 기업이 없다. 미국의 퀄컴 지키기는 이번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7년에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불허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쩌다가 통신장비회사를 모두 잃었을까.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는 '왜 미국에는 화웨이를 대적할 라이벌이 없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의 통신장비 회사들에게 일어난 일을 다뤘다.

시작은 1996년 제정된 미국의 '정보통신법(Telecommunications Act)'이다. 이 법은 무선 통신사업 진입장벽을 낮춰 시장 참여자를 대폭 확대했다. 법 시행 후 무선통신시장에는 중소업체가 난립했고, 당시 미국의 통신장비사였던 루슨트와 모토롤라는 중소업체들에게 금융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장비를 공급했다.

이후 경쟁 과열로 중소통신사들이 도산했다. 통신사들의 도산은 이들에게 금융을 대가로 제품을 공급한 장비업체들의 재정난으로 이어졌다. 결국 루슨트는 프랑스기업 '알카텔'과 합병해 '알카텔-루슨트'로 재탄생했다. 모토롤라 네트워크사업부는 2010년 노키아에 인수됐다. 이어 노키아는 2016년에는 알카텔-루슨트까지 인수하면서 미국 국적의 통신장비사는 사라지게 됐다.

현재 5G 네트워크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는 장비사는 핀란드의 노키아, 스웨덴의 에릭슨, 한국의 삼성전자, 중국의 화웨이 등 4개 업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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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패권을 향한 미국 정부의 열망 덕분에 IT기업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퀄컴은 당분간 건재할 전망이다.

반면 퀄컴에 대한 소송에 참가자로 나서기도 했던 화웨이는 위기에 직면했다. 그리고 위기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다. 화웨이는 미국 기업과 거래를 하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구글, 인텔, MS 등 미국 기업들은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할 계획이다.

화에이 거래중단 여파는 미국을 넘어 우방국인 일본, 영국 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22일 영국 BBC는 구글, MS 등 소프트웨어 기업에 이어 영국의 반도체 설계기업인 ARM도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ARM은 반도체를 설계하거나 라이선스를 빌려주는 사업을 한다. 화웨이는 물론 삼성전자, 퀄컴의 AP도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한다. ARM과 거래가 끊겼다는 것은 곧 자체 AP를 생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화웨이가 미국 기업들의 거래 중단 선언에도 자신만만했던 이유는 AP도 운영체제도 자체 조달이 가능하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러나 ARM과의 거래가 중단되면 원자재를 수급받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된다.

화웨이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중국은 5G 상용화 일정을 앞당기며 화웨이 살리기에 나섰다. 또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화웨이 제재에 대한 반격으로 '희토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최다현 기자 chdh0729@ajunews.com

최다현 chdh0729@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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