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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와 표적] 13번째 잠수함 개발국?…이란 파테흐급 잠수함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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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파테흐(Fateh)급 잠수함이 기동하고 있는 모습. 더내셔널인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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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사회에선 ‘힘의 논리’가 목소리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한국일보>는 매주 금요일 세계 각국이 보유한 무기를 깊이 있게 살펴 보며 각국이 처한 안보적 위기와 대응책 등 안보 전략을 분석합니다.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감이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이 순수 자국 기술로 개발했다며 최근 공개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이 걸프만 패권 다툼의 ‘게임 체인저’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항공모함 전단과 폭격기를 페르시아만에 배치하는 등 미국이 최첨단 전력으로 압박하지만, 이란은 굴하지 않고 대표적 비대칭 전력인 잠수함으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이 잠수함이 순항 미사일 발사 능력을 갖췄다면, 미군으로서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구체적 성능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만큼 미군 전력에 대한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회의적인 관측도 만만치 않다.

600톤급 신형 잠수함 공개 “10년만에 완성”

이란은 지난 2월 17일(현지시간) 걸프 해역과 맞닿은 반다르압바스에서 순항 미사일이 탑재된 ‘파테흐’급 잠수함 진수식을 열었다. 이란어 파테흐(Fateh)는 우리말로 ‘정복자’를 뜻한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진수식에서 “우리는 오늘 육지와 하늘, 바다에서 완전하게 자립하게 됐다”며 “우리 국방력은 다른 나라를 공격하기 위한 게 아니라 우리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을 겨냥, “우리는 패권 국가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희생하고 피를 흘릴 준비가 돼 있다”며 파테흐급 잠수함을 미국에 대한 전쟁 억지력을 발휘할 신무기로 한껏 치켜세웠다.

이란이 공개한 정보에 따르면 파테흐급은 600톤급 소형 잠수함으로 해저 200m에서 최대 5주 간 잠항할 수 있다. 어뢰, 기뢰는 물론 적 함정을 식별할 수 있는 음파 시스템도 갖추고 있는 등 전세계의 공격용 디젤 잠수함이 지닌 기본적 성능은 대체로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테흐급 잠수함에 이란이 큰 의미를 두는 배경도 외부 도움 없이 잠수함 개발에 성공했다는 자축의 성격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아미르 하타미 이란 국방부 장관은 “파테흐 잠수함은 국방부 전문가들이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한 것”이라며 “다른 나라는 비슷한 규모의 잠수함 생산에 12∼15년 걸리는 데 반해 파테흐는 10년 만에 완성됐다”고 했다.

잠수함 독자 설계ㆍ건조가 가능한 나라는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일본, 북한, 스웨덴, 네덜란드, 이탈리아, 한국까지 대체로 12개 국가로 평가된다. 자국 기술로 개발했다는 이란 주장이 사실이라면 세계 13번째이자, 중동 최초의 잠수함 개발국으로 거듭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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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해군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2월 17일 반다르압바스에서 파테흐(Fateh)급 잠수함 진수식을 열고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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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항미사일로 족집게 타격 능력

무엇보다 파테흐급이 실제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면 걸프만 해역 어디서든 은밀하게 표적에 접근해 족집게 식 타격을 가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미국의 잠수함 전문가이자 ‘은밀한 해안(Covert Shores)’ 저자인 H.I 서튼은 이란이 공개한 파테흐급 잠수함의 미사일 발사 영상을 분석한 결과 “영상은 조작된 게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순항미사일 발사 방식에 주목했다. 통상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은 공기압축 방식으로 사출된 미사일 캡슐이 수중에서 수면 위로 곧바로 튀어 오르는 반면 파테흐급의 경우 캡슐이 자체적인 추동력을 갖고 수중에서 수백 야드 가량 이동한 뒤 수면 위로 튀어 오른다는 것이다. 서튼은 “파테흐급 같은 소형 잠수함에서도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이란이 증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파테흐급의 활동 무대를 이란이 여차하면 봉쇄하겠다고 위협해온 호르무즈 해협으로 가정할 경우 미국도 이란의 수중 전력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게 된 셈이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5분의1이 오가는 이 좁은 해협에서는 미군 함정들이 언제든 파테흐급의 타격 목표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치명적 결함 ‘소음’

반론도 있다. 일단 600톤급의 작은 잠수함에 실을 수 있는 무장은 물리적으로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미국의 안보 전문 매체인 더내셔널인터레스트(TNI)는 “파테흐급에 어떤 순항미사일을 얼마나 많이 탑재ㆍ발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란은 공개하지 않았다”며 “그렇게 작은 잠수함에 순항미사일과 어뢰, 기뢰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지, 얼마나 빨리 발사할 수 있는지 등은 의문”이라고 했다. 우리가 개발한 장보고급(1,200톤) 잠수함이 어뢰 14발을 탑재하는 데 이에 절반 규모인 파테흐급에 순항미사일을 탑재할 경우 정작 다른 무장 적재는 정작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소음’ 문제도 제기된다. 파테흐급의 미사일 캡슐 사출 시스템이 압축된 공기로 캡슐을 밀어내는 게 아니라 발사관에 물을 채워 캡슐 자체가 수중에서 이동하도록 하는 식이라면 꽤 발사관에 물을 채우는 과정에서 큰 소음이 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미사일을 발사하기도 전에 소음으로 잠수함 위치를 노출시킬 위험성이 크다”며 “오히려 퇴보한 발사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미 항공모함 전단을 배치한 미군은 공중과 바다에서 입체적인 대잠 작전 능력을 갖춘 상태이고, 다양한 탐지 장치로 이란 잠수함 위치를 사전에 파악해 미사일 발사 전에 제거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순항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이란의 순항미사일이 중국제 C-704 개량형으로 판단되는 만큼 항모 전단의 SM-2 미사일로 사전에 요격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이란의 수중 전력 개발 역사는 길지 않다. 러시아로부터 킬로급 잠수함을 들여와 운용하던 이란은 2007, 2008년 가디르(Ghadir)급과 카엠(Qaem)급 잠수함에 미치지 못하는 소형 잠수정을 연달아 공개했다. 이란은 당시에도 자국 기술로 만들었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으로 확인되진 않았다. 오히려 가디르급 잠수정은 북한의 연어급(130톤) 잠수정을 이란산으로 둔갑시킨 데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파테흐급 잠수함 역시 미군과 걸프 해역의 미 우방국을 위협할 수 있는 전력인지 여부도 조금 더 지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