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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재조사가 말해주지 않는 것들]③ “정권을 창출할 수도, 퇴출시킬 수도 있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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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접대를 강요받았다'는 자필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장자연 씨. 9년이 지났지만, 그의 죽음 뒷편에 있는 의혹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4월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장 씨 사건을 재조사하기 시작했고, 13개월이 지난 5월 20일 드디어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장 씨와 관련된 의혹 중 많은 부분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습니다.
2009년 '장자연 문건'을 처음 보도했던 KBS는 그동안의 취재를 종합해, 과거사위의 발표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궁금증에 대해 3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연재 순서>
① ‘장자연 리스트’ 그래서 있나 없나?
② “일부러도 이렇게는 못한다”…10년 전 총체적 부실수사
③ “정권을 창출할 수도, 퇴출시킬 수도 있는” 조선일보


지난 20일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장자연 사건의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 조선일보가 연일 지면을 통해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과거사위에 법적 대응도 예고했습니다. 조선일보의 입장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방상훈 사장은 사건과 무관하기 때문에, 수사에 외압을 행사할 이유가 없다."라는 겁니다.

조선일보 독자들 입장에서는 좀 어리둥절할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조선일보는 장자연 사건 관련 기사를 철저히 써오지 않다가, 윤지오 씨 진술의 신빙성 논란이 불거지자 그제야 관련 기사를 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사위 발표 이후 조선일보의 기사를 보면, 외면 전략과 적극 방어 전략 가운데 조선일보는 후자를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사실 조선일보 애독자였습니다. 그런데…." '덕후'였다 '안티' 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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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지난 8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재판에서 이런 '폭탄 발언'을 했습니다. 조선일보가 MBC PD수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겁니다. 조 전 청장은 2009년 장자연 사망 당시 수사를 총괄했던 경기지방경찰청장이었습니다.

이 재판에서는 조 전 청장의 수줍은(?) 고백도 있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 당시만 해도 조선일보 애독자였고, 조선일보를 상당히 아끼는 마음도 있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2009년 장 씨가 사망했을 당시 조선일보 측에 수사 상황도 알려줬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런데 수사가 진행되고 있던 2009년 3~4월 무렵 조선일보에서 이동한 당시 사회부장이 직접 자신을 찾아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겁니다.

조 전 청장은 이 일을 "살면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로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그 발언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판사의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작심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덕후가 안티 되면 제일 무섭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 지방경찰청장은 '급이 안 맞아' 찾아갈 수 없지만, 경찰청장은 찾아가는 조선일보

그런데, 이에 대한 조선일보 측의 해명이 재미있습니다. 같은 날 법정에 출석한 이동한 당시 사회부장은 "조 전 청장을 찾아간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내 통화 상대는 형사과장이었다. 증인은 당시 경찰에서 최고 간부인데, 나랑 통화할 이유가 있냐"라고 물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사실 기자들이라면 누구라도 믿기 힘든 이야기입니다. 형사과장은 사회부장이 아니라 '수습기자'가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 전 사회부장의 말대로라면 조선일보는 사회부장이 형사과장 밖에 만날 수 없는 언론사라는 이야기밖에 안 됩니다.

조 전 청장이 경기청 최고 책임자였긴 하지만, 그 위에 최고 책임자가 한 명 더 있죠. 바로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입니다. 그런데 '형사과장' 급과 통화한다는 이 전 사회부장이 경찰 최고 책임자인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을 찾아갔습니다.

강 전 청장은 조사단에 "이동한 사회부장이 나를 찾아와 '방상훈 사장을 조사하지 말아달라'고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당시 방상훈 사장은 장자연 자필 문건에 '조선일보 방사장'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장 씨 유족들이 고소해 피의자 신분인 상태였습니다. 조선일보 측도 이 전 사회부장이 강 전 청장을 찾아간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경찰이 방 사장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고 있으니, 명예회복을 위해 수사 결과를 빨리 발표해달라'고 요청했을 뿐, 조사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어딘가 석연치 않은 해명입니다. 당시 경찰은 방상훈 사장을 조선일보 회의실에서 35분 동안 방문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날, '방상훈 사장은 무혐의'라는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 방용훈은 조사 못 하고, 방정오는 내사 종결

장자연 씨 사건에서 '장자연 리스트'만큼이나 국민적 의혹의 대상이 되어 온 점이 있다면, 바로 장 씨 문건에 나오는 '조선일보'와 관련된 의혹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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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씨와 만난 사실이 확인된 조선일보 사주일가는 모두 2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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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용훈 사장은 2007년 10월 서울 청담동의 한 중식당에서 장 씨를 만난 사실이 확인된 인물입니다. 방용훈 사장이 주재하고 식사비를 결제한 자리였습니다. 그렇지만 당시 경찰은 방용훈 사장을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장 씨가 문건을 작성할 당시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을 '조선일보 방사장'으로 잘못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장 씨와 만난 적이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시 방용훈 사장이 술자리 등에서 '조선일보 방사장'으로 불리기도 했고, 방용훈 사장의 지인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조선일보 방사장의 친구'라고 소개한 사실로 미루어볼 때 그렇게 추정된다는 겁니다. 다만 과거사위는 실제로 장 씨가 '조선일보 방사장'에게 술접대를 하고 잠자리를 요구받은 사실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도 장 씨와 룸살롱에서 만난 사실이 확인됐지만, 방 전 대표는 "장 씨가 있었는지도 몰랐다"고 진술해 경찰은 방 전 대표를 입건하지 않고 내사 종결했습니다. 과거사위는 이 역시 수사가 미진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방 전 대표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이틀 치만 조회했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조사단은 방 전 대표의 지인들과 장 씨의 지인들로부터 장 씨가 방 전 대표와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는 여러 구체적인 진술들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알고 지냈다'는 것이 접대를 인정할 수 있는 근거는 되지 않습니다. 이 같은 내용은 최종 결과 발표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서 앞선 시리즈 전편에 등장했던 당시 수사팀 경찰 간부 A씨의 생생한 발언을 덧붙입니다. "누가 주재했든 간에 그 사람을 조사해야 할 이유는 없는 거죠. KBS 사장이 주재했다고 그 사람을 조사해요? 불러서 안 오면?"

■ "장자연-방정오 통화내역 없앴다?" 입증은 못 했지만...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은 이 같은 경찰의 '소극적 수사' 의혹을 넘어, 조선일보 측의 '적극적 수사 개입' 의혹도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조선일보 관계자로부터 "당시 장자연과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의 통화내역이 나와 빼내려고 고생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겁니다.

조사단은 이 진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추가 진술이나 자료는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검찰 과거사위는 "장 씨의 통화내역 파일은 수사과정에서 이미 수정돼 원본이 아니기 때문에 확보된 통화내역으로는 방정오와의 통화내역이 선별돼 삭제됐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삭제됐을 가능성은 있지만, 검증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조선일보 청룡봉사상' 수상하고 특진한 장자연 수사팀 경찰

공무원 사회가 어디나 그렇듯, 경찰들도 승진에 목을 맵니다. 인사철 때마다 누가 어디로 가는지, 경쟁자들을 제치고 내가 승진할 수 있는지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그런 경찰들에게 '1계급 특진'이라는 엄청난 혜택을 부여하는 상이 바로 조선일보 '청룡봉사상'입니다. 고문 수사관이었던 이근안 씨 등이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장 씨가 사망한 지 3개월이 지난 2009년 6월, 공교롭게도 장 씨 수사팀에 있던 경찰이 청룡봉사상을 수상해 특진했습니다. 해당 경찰관은 "장자연 사건 때문에 청룡봉사상을 받은 게 아니라, 조폭 수사로 수상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청룡봉사상 홈페이지도 '화려한 범인 검거 실적'을 수상 이유로 밝히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조사단은 만장일치로 청룡봉사상 특진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과거사위에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과거사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행안부 소관인데, 법무부 산하인 위원회가 이를 권고하긴 어렵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시민단체들도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지만, 민갑룡 경찰청장은 당장 폐지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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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을 창출할 수도, 퇴출시킬 수도 있는" 조선일보와 관련된 의혹은 이렇게 마무리됐습니다. '방사장'과 '방사장님 아들'이 누구라고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결론이 났지만, 실제로 접대가 이뤄졌는지는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조선일보가 청장들까지 찾아가며 수사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건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최대 성과라고 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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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수많은 물음표에 대한 속 시원한 답들이 내려지지 않은 채, 장자연 사건은 10년 만에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사건을 취재하면서 진실의 조각을 하나하나 마주할 때마다 고인에게 죄스런 마음이 들 때도 많았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어딘가에서 장 씨처럼 접대를 강요받고 남몰래 눈물 흘리는 신인배우들이 이제는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것 같아 더욱 씁쓸합니다. 다시는 장자연 씨의 죽음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진심으로 장 씨의 명복을 빕니다. 고통스러웠던 이승에서의 삶을 잊고 하늘에서 부디 평안했으면 합니다.

이지윤 기자 (easyne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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