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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청론] 가업상속공제 완화해 中企에 활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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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이 늙어가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중소제조업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연령은 53.4세로 20년 전보다 5세가량 많아졌다. 30년 이상 장수기업의 CEO의 고령화는 더욱 심각하다. 평균 연령이 63.3세이다. 그만큼 중소기업의 승계는 우리 경제의 당면 현안이 된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18년 가업승계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기업승계의 가장 어려운 점으로 '상속세 등 조세부담(69.8%)'을 꼽았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개국 평균인 26.5%의 2배 수준에 달한다. 경영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과도한 상속세는 기업의 경영 의지를 꺾고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킨다. 높은 세율은 단기적으로는 세금이 더 걷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중소기업의 원활한 기업승계와 장수기업 육성을 돕기 위한 제도가 바로 가업상속공제제도이다. 장수기업들에 업력에 따라 최대 500억원의 상속세를 공제해주고 있다. 공제 규모만 보면 너도나도 제도를 활용하려고 해야 정상이다. 하지만 제도 활용 건수가 연간 100건에도 못 미친다. 이는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경우 10년 동안 자산ㆍ고용 유지, 업종 변경 제한 등 엄격한 사후관리 요건으로 사실상 제도 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업종변경 제한은 세금을 공제받는 대신 10년간 급변하는 소비자 트렌드에 부합하게 지속적인 변화를 거듭해야 하는 기업의 혁신을 가로막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제도하에서는 세금을 공제받는 대신 10년간 기업혁신의 기회를 맞바꿔야 할지 모른다. 사전ㆍ사후요건이 개선돼야 하는 이유이다.


중소기업의 승계 문제는 기업 소유주의 개인 문제로 접근하지 말고 국가경제 전체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가업상속공제제도의 도입 목적은 기업유지이며 이를 통한 사회적 가치 창출이다. 제도의 궁극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원활하게 기업을 경영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2월 정부도 경제 활력 제고 차원에서 가업상속공제의 사후요건 완화를 금년도 세법개정안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국회에도 관련 법률안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혹자는 인수합병(M&A)이나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면 된다고 하지만, 중소기업의 현실은 그마저도 녹록지 않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는 창업주가 곧 기업의 신용이자 자산의 전부를 상징한다. 최근에 만난 한 중소기업 CEO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업력 20년의 A사 창업주 B씨가 건강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자 경쟁업체들이 A사가 곧 망할 기업이라 AS 못 받는다고 비방하는 소문을 퍼뜨리는 바람에 매출이 급감했다고 한다. 이에 창업주 B씨는 아들에게 기업승계를 결정했고 A사의 매출액은 다시 안정세를 되찾았다고 한다.


가업상속공제제도가 과세형평에 대한 논란에 발목 잡혀 효율적인 제도운영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철저하게 기업유지를 전제로 만들어진 제도인 만큼 기업운영에 꼭 필요한 사업용 자산만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공제혜택을 받은 자녀가 해당 자산을 매각할 경우 부모세대의 자본이득 양도소득세까지 모두 납부하도록 이월과세하고 있다.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자 하는 중소기업인을 위한 제도라는 뜻이다.


상속세 제도 자체를 뜯어고쳐 경제 활력을 되찾은 나라가 있다. 스웨덴은 1984년 제약회사 아스트라가 파산한 이후 창업주 가문들의 스웨덴 탈출이 이어지고 경제 활력도 크게 줄어들자 2005년 여야 합의로 상속세를 폐지한 뒤에야 기업들이 돌아와서 일자리와 세수도 함께 늘었다고 한다. 상속ㆍ증여세율 인하는 장기적으로 검토하더라도 당장 늙어가는 중소기업에 새 활력을 불어넣는 가업상속공제의 문턱이라도 확 낮춰야 한다. 특히 성공적이고 계획적인 승계를 위해 사후상속뿐만 아니라 사전증여 활성화를 위한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확대에 정부와 국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경제의 든든한 자원으로 성장한 장수기업들의 원활한 승계를 지원해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책임의 역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영리한 중소기업 고령화 대비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병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융합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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