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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세무이야기] 사업소득의 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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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어느 교수는 2017년 다수의 연구용역과 외부강연으로 총 1억원의 추가수입을 올렸다. 그는 위 수입을 기타소득으로 보아 80%의 필요경비를 공제하고 35%의 세율을 적용해 소득세 700만원을 납부했다. 그런데 관할세무서는 위 수입이 사업소득이라며 소득세차액 2800만원(3500만원-700만원) 및 가산세를 추징했다. 위 사례는 실제 사안의 사실관계를 각색한 것이다. 그 타당성 여부를 떠나 같은 소득에 대한 세부담의 큰 차이는 소득세법이 소득유형에 따라 일시적 인적 용역의 제공대가는 기타소득으로, 계속적ㆍ반복적 형태의 소득은 사업소득으로 보아 각기 세금을 달리 산정하기 때문이다.


이는 세법상 '소득구분'의 문제로서 그 기원은 대영제국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799년 최초로 소득세를 도입한 영국은 나폴레옹전쟁이 끝난뒤 소득세를 폐지했다가 1803년 헨리 애딩턴 수상 시절 이를 부활시키게 된다. 그때 소득을 원천별로 구분해 과세했고 경제적 부의 증가가 있더라도 법률상 소득으로 열거되지 않은 것은 과세하지 않았다. 일시적 자산양도차익이나 수증익이 대표적이다. 애딩턴의 세제는 분류과세제도(scheduler taxation)라고도 하는데 소득을 별표(schedule)별로 나누어 과세했기 때문이다.독일 역시도 1812년 애딩턴소득세를 받아들여 소득원천설의 입장을 취하다가 점차 과세대상 소득의 범위를 넓혀왔다. 현재에도 영국은 사업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근로소득, 부동산소득, 그 밖의 연차이익의 6가지로 소득을 구분하고 있고, 독일은 농림업소득, 사업소득, 독립적근로소득, 비독립적근로소득, 자본자산소득, 임대소득, 기타소득의 7가지로 구별하는 소득원천설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세대상소득을 그 경제적 성질별로 종합소득, 퇴직소득, 양도소득으로 구분하고, 종합소득은 다시 이자소득, 배당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의 6가지로 세분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소득세제는 영국과 독일의 소득원천설을 채택해 '분류과세제도' 및 '제한적소득개념'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소득구분에 따라 필요경비, 세율, 세액공제, 원천징수 등에서 각기 차이가 있는데, 기타소득과 사업소득에서 현저하다. 기타소득에 해당하면 종전에는 지급액의 80%가, 2018년 4월부터는 70%, 2019년 1월부터는 60%로 필요경비가 단계적으로 하향돼 공제되고 대부분 원천징수에 의해 일회적으로 납부가 종결된다. 사업소득으로 보게되면 실제로 들어간 비용을 납세자가 입증해야만 공제가 가능한 반면 세법상 감면의 특혜와 이월결손금의 공제 등이 허용된다. 일시적 성격의 기타소득에 대해서는 세무행정상 간편절차로 종결해 납세자의 사적영역에 대한 과세관청의 개입을 최소화하되, 사업소득에 해당하면 그 내역을 과세관청이 낱낱이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이처럼 '사업'의 개념은 개인의 사생활 영역과 국가가 관여하는 공적인 영역을 가르는 분수령이기도 하다.


우리 세법상 기타소득은 세부항목을 개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사업소득은 ①영리목적성, ②독립성 및 ③계속ㆍ반복성의 3가지 속성에 의해 판정한다. 판례도 "소득세의 과세대상인 사업소득은 영리를 목적으로 독립된 위에서 계속ㆍ반복적으로 행해지는 사회적 활동인 사업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개념적으로 타당한 설명이나 사업소득의 3가지 요소 모두 포괄적이어서 고무줄잣대의 위험이 있다. 과세관청에서는 그 불확정요소를 넓게 잡아 기타소득도 사업소득으로 과세할 유인이 있는 것이다.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그 판단의 난이에 더해 기타소득이 반복되는 경우 어느 단계에서 사업소득으로 전환되는 것인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연예인ㆍ체육인을 막론하고 기타소득과 사업소득 구분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납세자가 부지기수다.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면서도 과세행정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가 어느때보다도 절실하다.


다행히 그 묘책은 미국의 하비 로스(Hobby Loss) 규정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 미국에서도 소득구분을 둘러싼 납세자와 과세관청의 갈등은 대동소이하다. 세간에 "당신은 취미라고 하지만, 나는 사업이라고 한다(You say hobby, I say business)"라는 말이있는데, 이는 미국세법상 하비 로스 제도와 관련된다. 미국세법 제183조는 하비 로스 룰을 정하고 있는데,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은 취미 활동에서 발생한 손실의 공제는 인정하지 않고, 설령 비용을 인정하더라도 그 활동의 수입액을 한도로만 공제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취미활동비용을 본업의 소득에서 공제하는 것을 제한하겠다는 의미이다. 실제 사례로, 미술대학교수로 재직하며 자신이 부업으로 그림을 그려서 판매한 수전 클리에 사건에서 미국 조세법원은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어 비용공제를 인정했다. 반면 부동산중개업자로 일하면서 부업으로 마필 7마리를 사육해 매도한 크레이그 사건에서 미국 조세법원은 과세관청에 판정승을 안겼다. 크레이그가 1주일에 부동산중개인으로 일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했으며, 말의 사육은 취미활동의 일환이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업과 취미의 판정기준으로 미국법원은 ①사업운영방식 ②전문성 ③투자시간과노력 ④관련 자산의 가치상승에 대한 기대 ⑤유사활동에서의 성공여부 ⑥과거의 손익기록 ⑦지속적인 수익창출 여부 ⑧납세자의 재정상황 ⑨취미나 오락목적 유무라는 9가지요소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의 사업소득과 기타소득의 유용한 구분기준으로 삼을 만하다. 이를 원용해 하나의 지침을 도출한다면 주된 직업이 있는 납세자의 경우 다른 소득이 있더라도 통상 위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우므로 '업(業)의 소득'의 별도인정에는 엄격해야 할 것이다. 소득구분을 일도양단식으로 규정하기는 어렵겠으나, 미국과 같이 개별요소들을 마련해 사업소득의 구체적 좌표를 설정하는 것은 납세자의 불필요한 조세순응비용을 줄이면서 과세관청의 효율적인 세정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일전쌍조(一箭雙雕)의 대안이 될수 있다고 사료된다.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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