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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시론] 이보다 얼마나 더 잘해주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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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공장이 모여있는 수도권 최대의 산업단지가 자리하고 있다. 이런 연유로 경영전문대학원 등에 진학하는 공장의 대표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는데, 그중 한 분이 전 칼럼 '직원과 고객이 싸우면 직원 편에 서라'는 글을 읽었다며 필자에게 이번 칼럼의 제목과 같은 질문을 했다. 그때 필자가 들려준 이야기를 이번 칼럼에 써보려고 한다. 그렇다면 직원에게 얼마나 잘해줘야 하는가?


이에 대한 대답을 하기 위해 10년도 훌쩍 지난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2008년 11월26일부터 발생한 이른바 뭄바이 테러 사건은 파키스탄의 테러집단이 일으킨 사건으로 이들은 여행객을 가장해 호텔에 잠입했다. 그중 예전 칼럼에 등장했던 타타그룹이 소유한 호텔인 타지마할 호텔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을 살펴보자. 타지마할 호텔에 잠입한 여행객들은 무차별로 투숙객들에게 총격을 가했고, 이미 해외와 국내에서 이 테러 사건에 대해 많은 보도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뒷이야기다.

타타그룹이 소유한 타지마할 호텔의 직원들 중 이 테러 사건에서 사망한 직원들에 대해 타타그룹은 보상안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테러 사건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타타그룹은 희생된 직원의 자녀가 어디에서 어떤 공부를 하든 학비를 전액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희생된 직원이 정상적으로 호텔에서 은퇴할 때까지 남은 기간을 모두 고려해 급여를 지불하기도 했으며 만약 부채에 시달리고 있었을 경우 그 빚을 모두 탕감해 주기도 했다. 또한 가족들의 의료비도 평생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필자가 이 사례를 접하고 더 놀랐던 것은 타타그룹 회장이 희생된 직원들의 장례식장과 집을 방문해 유가족들을 위로했다는 점이었다. 여기서 필자는 질문한 사람에게 되레 질문을 던졌다. 같은 일이 당신의 공장에 일어난다면, 이와 같은 일을 행할 수 있겠느냐고. 돌아오는 답은 탄식뿐이었다.


이런 리더를 가진 타타그룹의 직원들은 행복했을 것이다. 자신이 모던타임스의 찰리채플린같이 기계의 부품처럼 취급되지 않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 친구로, 그리고 가족처럼 대해주는 리더와 함께한다면, 설령 월급이 조금 적더라도, 복지가 타사에 비해 좀 부족하더라도 이를 상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회사에서 근무한다는 것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보람을 느낄 것이다.


앞서 언급한 테러 사건에서 타지마할 호텔의 전 직원은 모두 도망가지 않았다고 한다. 투숙객을 위해 하는 행동 일체에 따르는 결과를 회사에서 책임져 줄 것이라고 신뢰에 가득찬 직원들은 믿었고, 자신들을 희생했다. 그리고 회사는 신뢰에 대한 보답으로 그 희생에 대한 책임을 졌다.


이는 인간관계에서 가장 기본적인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즉, 내부 고객에게 잘해준다는 표현보다는, 내부 고객에게 신뢰감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회사가 어떠한 원칙이나 비전을 세웠으면 직원이 이를 신뢰하고 따르고, 이로 인한 결과는 회사에서 지는 것, 그것이 바로 내부 고객과의 신뢰형성의 과정이다. 나는 충분히 잘해주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잘해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무조건 잘해주는 것은 요즘 말로 호구다. 요구하고 그 일을 해냈을 때의 보상을 명확히 정의하라. 그리고 그 약속을 정확히 지킬 때 신뢰가 형성되고 내부고객에게 진정으로 잘해주는 길이 될 것이다.


김창희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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