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을 위해서는 지역주의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게 시종여일한 그의 철학이었다. 대통령이 된 뒤에도 “지역주의 극복은 정치생애를 건 목표이자 대통령이 된 이유”라고 입버릇처럼 말할 정도다. 때문에 언제나 그는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에 연연하지 않았다. 당선이 보장되다시피한 서울 종로 지역구를 버리고, 지역주의 벽을 허물기 위해 패배가 뻔히 보이는데도 부산 출마를 강행했던 이유다. 그러기에 그는 ‘바보’라는 소리도 기꺼이 받아들였던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한 것도 극심한 진영 갈등의 골을 조금이라도 좁혀보자는 의지의 일환이었던 셈이다. 지금의 정치권을 돌아보면 그의 정신과 가치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그의 가치가 돋보이는 대목은 실용정신이다. 그는 굳이 따지자면 ‘좌파 성향’의 정치인이었다. 그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국익을 위한 중대 사안이 발생하면 정치적 고려없이 철저히 실용적 관점에서 판단하고 결정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그를 지지했던 진보 진영에서 ‘제2의 을사늑약’이라거나, ‘망국적 경제협정’이라는 등 격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고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라크 파병을 단행하고,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밀어붙인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정치적 동지였던 문재인 당시 비서실장은 이제 대통령이 됐다. 폐족으로 몰려 형극의 길을 걸었던 ‘친노’ 정치세력은 정치권의 당당한 주류가 됐다. 이제 이들이 ‘새시대의 맏형이 되고 싶었지만, 구시대의 막내가 되고 말았다’는 노 전 대통령의 회한을 풀어줘야 한다. 통합과 실용의 가치 구현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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