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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쉼표]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맨 원자력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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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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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은 화석연료가 고갈되어가는 상황에서 ‘위험하지만 중요한’ 미래의 동력자원으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이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논란이 발생해왔다. 실제 충격적인 사고도 많이 발생했고, 이에 많은 국가들이 원자력 대신 안전한 친환경에너지원으로 대체하려는 연구와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은 영남지방에 집중되어있는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관리 뿐 아니라, 이웃 일본에서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피해에도 촉각이 곤두서있다. 국민들이 방사능 문제에 민감한 것은 당연하다. 더군다나 일본이 이 지역 농수산물을 한국이 수입규제하는 것이 부당하다며 WTO에 제소해 국민적인 반발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원자력학회가 납득하기 어려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가 하루 만에 사과하는 촌극을 빚었다.

원자력학회는 지난 21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 열고 “많은 국민들이 불필요한 방사능 공포에 빠져 있다”며 우려했다. 이 자리에는 스스로 ‘원자력전문가는 아니’라고 밝힌 도쿄대 물리학과 하야노 류고 명예교수가 참석해 “후쿠시마 농수산물은 매우 안전한 상태”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방사선 치료의 안전성을 강조하려다 후쿠시마 방사능 안전을 주장하는 간담회가 됐다.

현 정부의 탈원전정책 드라이브에도 반발하는 등 원자력에 우호적일 수 밖에 없는 학회라고 해도 이 간담회로 전하려던 메시지의 의미와 시기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방사능의 공포가 제거되지도 않았고 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이 지역의 생산물을 안먹겠다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다. 공연히 일본 정부와 대동소이한 주장을 폈다가 비난과 불신을 자초했다.

시민단체들은 집회를 열고 원자력학회의 발언을 성토했고, 학회는 결국 하루만인 22일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간담회가 있던 날 한빛 1호기 원자로에서 문제가 생겼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안먹어도 그만인후쿠시마 수산물을 역성들기보다는, 안전한 원자력 관리에 도움이 될 조언을 해 주는게 더 적절하지 않을까.

김성진 선임기자/withyj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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