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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원인 모를 설사에 감각이상…희귀질환 `hATTR-PN` 의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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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3일은 희귀질환 극복의 날이다. 희귀질환 관리법에 의해 2017년 처음으로 지정된 이래 올해로 3회째다. 아직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희귀질환이 많은 가운데, 변비, 설사, 호흡곤란, 비뇨기 질환, 손발의 이상감각 또는 마비, 손목터널증후군과 같은 증상이 동반되는 'hATTR-PN(유전성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성 다발신경병증)'이라는 희귀질환이 있다. 환자 수가 매우 적어 극희귀질환(ultra-rare disease)으로 분류된다.

hATTR-PN은 우리 몸 속 단백질 중 트랜스티레틴이라는 유전자가 유전적 요인으로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만들어진 비정상적이고 불안정한 단백질이 인체 각 부위에 쌓여 발생한다. 초기 증상이 나타난 후 3~6년 뒤에는 보행이 어려워져 목발이나 지팡이 등이 필요하고 5~9년 안에는 거동이 어려워진다. 말기에는 근육이 약화되고 방광, 창자 등 자율신경기능이 상실돼 입원이 필요하다. 환자의 기대여명은 증상이 나타난 후로부터 평균 7~12년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병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한 번 증상이 시작되면 원래 상태로 회복되지 않는 희귀퇴행성 신경질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질환 인지도가 낮은 탓에 hATTR-PN의 진단은 쉽지 않다. hATTR-PN이라고 확진할 수 있는 특징적인 증상을 손꼽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질환으로 오진되어 정확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hATTR-PN과 관련된 증상인 변비, 설사, 손목터널증후군과 같은 질환들은 매우 일상적이지만 이와 같은 증상들이 동반된다면 hATTR-PN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희귀질환에 대한 정보 및 전문가가 부족해 환자가 오랫동안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는 상황을 '진단방랑'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hATTR-PN 환자들이 정확히 진단받기까지의 진단방랑 기간은 최대 4년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hATTR-PN은 상염색체 우성 유전 질환이므로 가족력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유전성 질환은 사람의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는 질환을 말하는데, 상염색체 우성 유전질환은 환자인 가족구성원의 자녀 중에서는 약 50%의 확률로 환자가 발생하며 대개 어느 정도 성장이 된 후 증상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가족력이 있거나 의심스러운 증상이 있다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한다.

신제영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손발저림 등 흔한 증상으로 시작되었다고 하더라도 처음부터 양쪽에서 증상이 나타나거나, 진행속도가 빠르고 설사, 변비, 어지럼 등이 심하게 나타나면 hATTR-PN의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며 "유전자 검사를 통해 hATTR-PN을 확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과거에는 hATTR-PN을 진단받았을 때 간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간이식을 통해 돌연변이 단백질이 생성되는 것을 예방하고 초기에 질환의 진행을 멈추는 것이다. 하지만 이식받을 간을 구하지 못해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외국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약물 치료를 시행해 질환 진행 시기를 늦출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희귀질환 관리법이 처음 시행된 2015년 hATTR-PN 치료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고 국내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이식할 간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환자들은 다소나마 안도할 수 있게 됐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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