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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랑의 매’는 없다… 정부, 민법개정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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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민법상 규정된 부모의 ‘체벌 권한’을 없애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23일 밝혔다. 그간에는 부모가 아이를 때려도 훈육이나 ‘사랑의 매’란 이유로 법정에서 무죄를 받거나 형이 줄어들었는데, 법이 개정되면 이같은 관행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 4개 정부부처는 이날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하고, 아동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민법상 규정된 친권자의 ‘징계권’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부모가 자녀를 혼낼 수는 있어도, 육체적 고통을 가져다주는 행위(회초리 등 폭력이나 체벌)는 할 수 없게 된다.

그간 가정에서 이뤄지는 훈육과 학대의 경계는 민법상 징계권이 좌우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아동복지법이나 아동학대특례법은 아이들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고 있으나, 친부모가 폭행한 경우 민법상 징계권이 적용되기에 형이 줄거나 아예 무죄가 내려지기도 했다. 학업 문제로 든 회초리나, 부모에게 욕설한 아이에 대한 폭력은 법 위반이 아니라고 본 판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그간 국내·외에서는 아무리 부모라고 해도 폭력이나 체벌을 허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스웨덴 등 54개 국가에선 아이들에 대한 체벌을 일체 금지했으며, 일본도 최근 친권자의 자녀 체벌 금지를 법에 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UN 아동권리위원회는 가정에서 체벌을 명백히 금지하도록 법률과 규정을 개정하라고 한국에 권고했다.

향후 민법 개정이 현실화되면 재판 과정이나 대중들의 인식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법정에서 ‘훈육’, ‘사랑의 매’란 명목으로 형을 줄여주는 것은 사라지게 되며, 아동학대의 판정 기준과 형량의 수위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아이니까 때려도 된다’는 인식도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성폭력·아동학대 국선전담변호사인 신진희 변호사는 “현재 학교 선생님들의 체벌이 전면금지된 것처럼 부모의 체벌도 금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변호사)는 “처음에는 누구나 아이를 가볍게 한 대 때려보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점점 폭력의 크기가 커지기 쉽다”며 “이 때문에 아이를 때리는 건 어떤 경우라도 허용하면 안 된다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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