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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소송 승기 잡자마자…美 법원 "퀄컴, 수익모델 불공정…제조사와 다시 협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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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사용료, ‘휴대전화의 5%’룰 부당

미·중 기술패권 전쟁에서 미국 측 핵심 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는 세계 최대 통신용 반도체 기업 퀄컴에 불리한 판결이 미국 법원으로부터 나와 파장이 커지고 있다.

21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지방법원의 루시 고 판사는 "퀄컴이 휴대전화 반도체 시장에서 불법적으로 시장 경쟁을 억압하고 과도한 특허 사용료(로열티)를 챙겼다"며 반독점 위반 판결을 내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전했다. 2017년 미 연방통신위원회(FTC)가 퀄컴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법원이 FTC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날 퀄컴 주가는 11% 가까이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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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시장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휴대전화 제조원가의 5%를 특허 사용료로 받는 퀄컴의 수익모델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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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퀄컴의 수익모델’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애플,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사는 퀄컴의 로열티 부과 방식이 단말기 제조 원가 기준이어서 디스플레이·카메라처럼 무선통신 기술 특허와 무관한 자체 혁신에 대해서도 비용을 내고 있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해 왔다. 제조사가 화면 크기를 키우거나 카메라 기능을 고급화해 제품 가격을 올려도 퀄컴에 똑같이 ‘휴대전화 원가의 5%’를 로열티로 내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퀄컴이 최근 2년여간 애플과 소송을 벌여 온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퀄컴은 ‘아이폰 5G(5세대 이동통신)’ 출시를 위한 핵심 칩인 5G용 모뎀칩을 공급하는 조건으로 합의를 이끌어내며 승기를 잡았다가, 한 달여 만에 다시 수익모델 문제가 부각되며 곤란에 빠지게 됐다. 국내·외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퀄컴의 주가가 짓눌릴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은 반독점 위반 판결을 하면서 "휴대전화 제조사들과 로열티 계약을 전면 재협상하고 (모뎀칩) 경쟁사들에도 공정한 가격에 특허 사용권을 제공하라"고 판시한 상황이다. 퀄컴은 즉시 항소의사를 밝혔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판결이 실현될 경우 퀄컴은 원가의 5%를 매기는 로열티 부과 방식 자체를 재검토하거나 비율을 다소 낮추는 식으로 사업모델 조정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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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민경



퀄컴은 무선 환경에서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데 필요한 핵심 반도체 칩인 모뎀칩,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을 주로 만들고 있다. 모뎀칩의 경우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점유율이 약 35%로 1위다.

그러나 퀄컴은 이 같은 칩을 팔아서 버는 수익보다도 로열티에서 더 돈을 벌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주식정보제공업체 S&P캐피탈IQ에 따르면, 지난 2018 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 기준으로 퀄컴의 로열티 수익은 35억2000만달러(약 4조원)로, 칩 수익(29억7000만달러)을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

류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퀄컴이 항소하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퀄컴이 실제로 로열티를 조정할 경우 삼성전자 같은 제조사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여 스마트폰 가격을 인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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