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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차단해도 송금 메시지로 “다시 갈게”…피할 길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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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살인의 전조(前兆) '스토킹'

⑤ 카톡 차단해도 송금 메시지로 "다시 갈게"…피할 길 없었다

최근까지 스토킹 당했던 여성의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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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최근까지 스토킹을 당했다가 다행히 지금은 스토킹이 중단됐습니다. B씨는 가까스로 찾은 평온을 깨고 싶지 않다며 KBS에 익명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가해자가 행한 다양한 행동들이 스토킹 행위라는 것을 낱낱이 알리고 어디에나 있을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KBS는 B씨의 뜻을 존중해 시점과 장소 등을 자세히 드러내지 않고 가해자가 저질렀던 다양한 스토킹 양태를 자세히 전해 드립니다.

■ SNS 송금 메시지로 "다시 갈게"…집 주변 배회하는 스토킹범

B씨는 남자친구 A씨와 헤어지기로 합의했다고 생각했다. 더는 못 만나겠다고 수차례 얘기했고, 남자친구와 충분한 대화도 나눴다. A씨가 B씨의 직장에 불쑥 찾아와 한 번만 봐달라고 애원해 다시 만나기도 했지만 결론은 같았다. 마지막 A씨와 만난 자리에서 '기다리겠다'던 그의 말이 B씨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놓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번호를 차단하자 A씨의 집착은 점점 심해졌다. A씨는 지인들의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전화와 문자 말고도 음성사서함 메시지, 무료문자, 애플리케이션 쪽지, SNS를 탈퇴한 뒤 새 계정을 만들어 메시지 보내기, 카페 초청 등이 이어졌다. 이 메시지들은 A씨의 발목을 좼다. '집 앞 놀이터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겠다', '집 쪽에 조금만 있다가 가겠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B씨는 언제 어디서 A씨를 마주칠지 몰라 외출이 무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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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여성 B씨가 받은 송금메시지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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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차단당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단체채팅방을 만든 뒤에 A를 초대하고 기프티콘과 함께 메시지를 보냈다. SNS 송금을 통해 1원씩 이체했고, 송금 메시지로 "월요일에 다시 갈게" 등의 방문 예고를 남겼다. 수시로 아무 의미 없는 '춥다', '힘들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A씨는 B씨의 집 주변을 배회했다. 아파트 주변을 돌고, 놀이터에 앉아 있기도 하고, 아파트 1층 현관문 앞에 찾아와 인증사진을 찍었다. 스토킹 피해를 입증하기 위해 B씨가 직접 CCTV를 확인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외출하기 전에 A씨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바깥을 확인할 때마다 A씨를 목격한 것도 수차례였다. 그만 찾아오라며 남자친구가 있는 척 해 봤지만 A씨에게 돌아온 답변은 '남자친구 없는 거 알고 있다. 그날 방에 있는 거 확인했다'였다. 방을 감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B씨는 충격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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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 학교까지 찾아간 전(前) 남친…"안 찾아갈테니 차단 풀어줘"

B씨는 차츰 외출을 거의 하지 않게 됐고 밤에도 조명을 켜지 못했다. 감금 아닌 감금 생활이 계속 이어졌다. 낮에도 암막 커튼을 치고 친구를 만날 때는 집으로 초대해 잠시 얘기를 나누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A씨는 현관문 앞에 쪽지를 뒀다거나 B씨 집이 보이는 피시방에서 네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는 등의 대담한 연락을 지속했다. A씨의 연락 때문에 B씨는 집 안에 있어도 감시당한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잠을 자도 악몽에 시달리는 일이 잦아졌다.

A씨는 B씨 동생까지 찾아갔다. 동생이 학교에서 나올 시간에 맞춰 찾아가 동생에게 'B와 싸웠다, B는 뭐하냐'며 정보를 캤다. A씨는 이후로도 동생 학교에 여러 차례 찾아가 B씨에게 쪽지를 전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A씨가 동생에게 접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B씨는 직접 A씨에게 연락할 수밖에 없었다. 동생이 위험해질까 봐 걱정됐다. 동생을 찾아간 사실을 부인하던 A씨는 결국 이를 인정하고 동생에게 찾아가지 않을 테니 차단을 풀어달라고 한다. B씨는 결국 차단을 풀기로 했다.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이후 B씨는 A씨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한 뒤 경찰로부터 받은 스마트워치(위치 추적 장치)도 동생에게 줬다. 동생의 위치가 가해자에게 노출돼 A씨가 B씨보다 약한 동생을 해할지 모른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 경찰 "전화하는 건 개인 자유"

A씨가 B씨의 지인에게 심한 욕설을 한 것을 계기로 B씨는 경찰에 도움을 청했다. 경찰은 통화로 A씨에게 "현 시간부로 B씨에게 일절 연락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A씨는 B씨에게 다시 전화를 하기 시작했고 B씨는 이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112로 신고를 했다.

전후 사정을 몰랐던 한 경찰은 B씨에게 "(전화번호) 차단을 했더라면 전화 온 것도 몰랐을 것이고 그럼 이렇게 호소할 일이 없었을 거다. 왜 차단을 하지 않았냐"며 오히려 B씨를 나무랐다. 연락할 방법이 없어지면 A씨가 모습을 나타낼 것이고, 이때 신고를 하면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결국 B씨가 자신이 위험해 처할 상황을 각오해야만 A씨를 처벌할 수 있다는 거였다. "전화를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어떻게 해줄 방도가 없다"는 얘기는 B씨의 마음을 더 쓰리게 했다.

B씨는 경찰 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번호를 차단하지 않고 전화가 오면 캡처했다. 완전히 A씨를 무시하고, A씨와 절대 마주치지 않도록 다른 지역에 잠시 거주해 있으라고 한 경찰의 조언도 따랐다. 그러나 지속적인 해법은 될 수 없었다. 다시 집에 돌아온 B씨는 A씨가 자신의집에 오는 것을 목격할 때마다 기록을 남겼다.

■ 온라인에서도 지속된 스토킹…의도적 험담에 SNS 맞대응

A씨는 온라인에서도 B씨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B씨의 경찰 신고 직후 A씨는 SNS에 B씨가 시덥지 않은 내용으로 경찰 신고를 했다며 B씨를 비난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B씨는 A씨의 모든 연락과 비방에 일일이 대응할 수 없고 혼자 힘으로는 스토킹을 끝낼 방법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B씨는 SNS 계정으로 A씨가 저질렀던 스토킹 증거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B씨의 고통에 공감하고 B씨를 응원했다.

하지만 A씨는 반성의 기미 없이 오히려 SNS에 댓글을 남겼고 자신의 블로그에 B씨의 거주 지역과 나이, SNS 아이디를 그대로 올려 B씨의 신원을 노출했다. A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B씨를 험담했고 이를 들은 A씨의 지인들이 오히려 B씨에게 피해 사실을 알려주는 경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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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섯 달 가까운 피해에도 벌금 300만 원…고통은 현재진행형

여섯 달 가까운 칩거 생활 그리고 SNS 공론화 끝에 A씨는 최근 벌금 3백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나마 현재 스토킹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인 경범죄 처벌법 위반과 함께 A씨가 B씨 우편함에 남긴 물건으로 인해 주거침입 혐의가 추가됐기 때문에 가능한 처벌이었다. 현행법상 지속적 괴롭힘, 즉 스토킹에 대해 경범죄 처벌법으로 부과되는 범칙금은 단 8만 원뿐이다.

B씨는 아직도 완전히 스토킹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A씨의 SNS에는 지금도 B씨를 암시하는 이모티콘과 B씨가 좋아하는 물품, 음식 사진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B씨는 이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A씨가 B씨 앞에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리며 SNS를 캡처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과정을 다시 반복해야 할까. B씨는 A씨가 언제 다시 연락할지 모른다며 두려움을 호소했다. B씨가 원하는 건 평범한 일상생활, A로부터의 자유 그뿐이다.

다음 기사는 '[살인의 전조 '스토킹'⑥]10명 중 1명 스토킹 경험…국민 95% "처벌 강화해야"'로 이어집니다.

[살인의 전조 ‘스토킹’]
① “내 사랑을 모독했어, 기다려”…현실이 된 살인예고
② “합의하면 50원 줄게”…‘온라인’ 스토킹남의 집요한 복수극
③ 고등학생 스토커들의 어긋난 구애…피해자 부모 살해 시도까지
④ [단독] 여성 살인 사건 30%에는 ‘스토킹’ 있었다…판결문 381건 분석


허효진 기자 (h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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