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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칼럼] 노사 공멸 위기 치닫는 르노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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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잠정 합의안 가결을 축하하는 환영 성명까지 미리 준비해놨는데 부결됐다는 뉴스는 충격적입니다. 노조는 재협상을 하겠다고 하지만 사측과 르노 본사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부산 지역 르노삼성자동차 협력사 한 관계자는 지난 21일 르노삼성 임금 협상 노조 찬반 투표 부결 소식을 전해 듣자 이같이 말했다. 르노삼성 노조가 이날 조합원 22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8년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안 투표는 찬성 47.8%, 반대 51.8%로 부결됐다.

앞서 르노삼성 노사는 지난 16일 밤샘 협상 끝에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쟁점인 기본급은 동결됐지만 노조는 일시적 보상금 1770만원을 받아냈다. ‘전환 배치 시 노조 합의’는 "노사가 전환 배치 절차를 개선한다"는 내용으로 합의했다. 62차례 250시간이라는 역대 최장기간 파업을 벌여온 노조는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들고 있는 협력사의 호소와 노조원 집단 탈퇴 움직임까지 보이자 협상을 마무리했다. 최악의 상황은 피하자는 노사의 공통 인식도 협상 타결에 한몫했다. 이 때문에 21일 조합원 찬반투표는 무난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대부분 예상했다.

하지만 노사 양측이 한발씩 양보해 11개월 만에 이룬 협상 성과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부산공장에서는 찬성이 우세했지만 전국에 산재한 영업부문 조합원들의 반발이 컸다. 이들은 기본급 동결을 비롯해 외주용역화 등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찬반투표 부결로 르노삼성의 운명은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연평균 20만대 가량을 생산한다. 이 중 수출이 절반을 차지하는데 그동안 10만대 안팎으로 위탁 생산한 일본 닛산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의 생산이 올해 9월 종료된다. 르노삼성은 내년 초 국내 출시 예정인 신형 크로스오버 SUV ‘XM3’의 유럽 수출물량(8만대)으로 로그를 대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노사 갈등이 길어진다면 르노 본사는 부산공장보다 생산성이 높은 스페인 바야돌리드공장으로 물량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이 르노 본사를 찾아 신차 물량 배정을 읍소한 것도 무용지물이 된다. 내수 시장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가동률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이달 초에 이어 추가 공장 가동중단(셧다운)이 발생할 수 있다.

지역 경제도 충격에 빠졌다. 르노삼성 정상화를 촉구했던 지역 협력업체들은 당장 존폐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르노삼성의 본격적인 파업이 시작된 지난해 12월 이후 휴업과 단축 근무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데 후속 물량 확보마저 실패하면 도산하는 협력업체가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은 자율주행·차량공유·친환경차 확산 등으로 대혼돈을 맞고 있다. 그야말로 ‘카마겟돈(자동차와 아마겟돈을 결합한 단어)’ 공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세계 주요 자동차 회사들은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과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가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임금이나 직원들의 복지가 아니라 ‘생존’이다. 당장 XM3 국내 생산 물량을 스페인으로 넘겨주게 되면 가동률 하락으로 부산 공장은 한국GM 군산공장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조만간 르노삼성 노조는 재협상을 요구하며 다시 파업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 노사의 불협화음이 지속한다면 프랑스 르노 본사도 가만히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창환 산업부 자동차팀장(ch21@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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