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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사설] 사고 방치된 12시간, ‘원전 안전’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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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사고였다. 6개월간의 정기점검을 마치고 재가동 승인을 받은 지 하루 만에 원자로 출력 이상 사고가 난 한빛원전 1호기 얘기다. 일부 시민단체가 “체르노빌 원전사고처럼 원자로 폭주로 갈 뻔했다”고 우려했을 정도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사안의 심각성을 감안해 한빛 1호기의 가동을 정지시키는 한편 국내에서 원전 상업운전이 시작된 1978년 이후 처음으로 특별사법경찰관을 투입해 사고 수사에 나섰다.

사태의 경위를 살펴보면 원전 안전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짐작하게 된다. 원안위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10시 30분께 한빛 1호기 제어능력 시험 중 열출력이 제한치(5%)를 초과해 18%까지 치솟는 이상 상황이 발생했다. 제한치를 넘으면 안전을 위해 즉시 가동을 멈춰야 하지만 한수원은 무려 12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수동 정지시켰다. 출력조절 실패도 심각한 문제지만 원자로를 즉각 멈추지 않아 위험 상황을 장시간 방치한 것은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당시 제어봉을 조작한 담당자는 면허가 없는 무자격자였다고 한다. 기본적인 안전수칙도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열출력이 위험 수준에 이르기 전에 자동 정지되도록 설계돼 있어 체르노빌 원전과 같은 출력 폭주는 일어날 수 없다”는 게 한수원의 해명이다. 그러나 느슨해진 안전의식을 생각할 때 미덥지 못하다. 사고 직후 조사팀을 파견하고도 곧바로 가동정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원안위의 늑장 대응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러고도 말끝마다 ‘원전 안전’을 강조한다면 너무 몰염치한 처사다.

한수원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발전소장 등 책임자 3명을 직위해제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무자 징계로 끝낼 일이 아니다. 원전 정지사고는 2017년과 지난해 각각 4건씩 발생했는데 올해는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벌써 3번째다.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책임자 몇 명을 희생양으로 삼아 두루뭉술 넘어가서는 안 된다. 원전 운영과 관리, 안전규제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이 중요하다. 이번 사태의 철저한 조사는 물론 국내 원전 전반을 대상으로 시설관리 및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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