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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 검경의 수사권 조정 이전투구, 도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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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경찰개혁의 성과와 과제’ 당정청 협의회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민갑룡 경찰청장이 참석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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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경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상대 비판과 공격을 넘어 이젠 전ㆍ현직 지휘부를 겨냥한 수사까지 언급되는 상황이다.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권력기관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취지에 부응하긴커녕 영역 다툼에 골몰하는 행태가 한심스럽다. 가뜩이나 정치권의 이견으로 진행이 순탄치 않은 수사권 조정이 검경 대립으로 좌초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서울동부지검은 원경환 서울경찰청장을 뇌물 혐의로 내사 중인 것으로 21일 알려졌다. 수감 중인 ‘함바’ 브로커 유상봉씨가 2009년 경찰서장이던 원 청장에게 뇌물을 줬다는 진정서를 지난달 검찰에 제출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한다. 유씨는 경찰 간부와 정ㆍ관계 유력 인사들에게 함바 사업 수주 청탁 대가로 뇌물을 건넨 혐의로 2010년 구속됐다. 원 청장은 “무고죄로 강력히 법적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범죄 혐의가 있다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히 수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진정서만 제출된 상황에서 내사 사실이 외부에 공개되는 사례는 흔치 않다. 경찰 내부는 검찰의 의도적인 ‘경찰 흠집내기’라며 반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러자 민갑룡 경찰청장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전ㆍ현직 검찰 간부들이 고소당한 사건에 대해 “임의적 방법으로 안 되는 것들은 법에 정해진 강제 수사 절차에 따라 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 부산지검 검사의 고소장 위조 사실을 묵인한 혐의로 고발된 김 전 총장 등이 경찰 소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영장 청구 등을 하겠다는 것이다.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기존 수사 관행에 비춰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검경이 수사권 조정을 놓고 자신들의 견해를 표출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국회에서의 공론적 절차가 아니라 칼날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이다. 버닝썬 수사와 김학의, 장자연 사건에서 드러났듯 검경의 고의적 부실 수사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1일 국무회의에서 “검찰과 경찰은 자체 개혁에 적극적이지 않아 보인다”고 질타했다. 검경은 그나마 남은 국민의 신뢰를 잃지 않도록 자중자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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