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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청와대, 징용소송 원고측 접촉… 한일 갈등 출구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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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사회조정비서관 강제집행 관련 향후 계획 등 청취

내달 한일회담 성사 의지 담긴 듯… 정치ㆍ외교가 ‘기금 조성’ 해법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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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광주 동구 광주지방변호사회관에서 ‘광주ㆍ전남 일제강제동원피해자 전범기업 대상 1차 집단소송’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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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말 한국 대법원이 피해자 손을 들어준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 소송의 원고 측을 최근 청와대가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2년 넘게 보이지 않고 있는 한일관계 경색 국면의 출구를 찾기 위해 청와대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한일 간 사정을 잘 아는 외교 소식통은 22일 “지난주 청와대 관계자가 징용 소송 원고 측을 접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특별한 목적이나 임무가 있어서는 아니지만 만난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해당 청와대 인사는 시민사회수석실 소속 사회조정비서관으로, 이달 초 법원에 일본 전범 기업들로부터 압류한 한국 내 재산을 매각해 달라고 신청한 징용 피해자들의 대리인을 찾아가 법원의 강제 집행과 관련한 입장과 의견, 향후 계획 등을 청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징용 판결 문제 소관 부서인 국가안보실 대신 시민사회수석실이 징용 피해자 측과 접촉한 건 일본과 합의 도출을 시도하려면 무엇보다 치유 대상인 피해자의 자세 전향이 선행돼야 한다고 청와대가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사회조정비서관실은 앞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논란과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등 해묵은 갈등 현안을 해결해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

청와대가 해법 모색에 직접 나선 건 내달 일본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어떻게든 한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겠다는 의지의 발로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징용 판결과 관련한 정부의 공식 입장은 △사법부 판단을 존중한다 △국민 권리 행사에 정부가 개입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피해자 치유가 중요하다 등이다.

사실 문 대통령의 대일 메시지가 알려진 대로 강경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정부 관계자는 “3ㆍ1절 기념사에서 문 대통령이 과거사 발언을 자제한 건 나름대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만들어보자는 유화적 메시지의 발신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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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0주년 3.1절 100주년 중앙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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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징용 피해자 접촉이 관계 복원의 단초를 마련하려는 심산이라면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국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타진하는 용도로 강경화 장관이 우리 측 노력을 넌지시 전할 개연성도 있다. 최근 중재위원회 구성 요구와 “대통령이 나서달라”는 취지의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장관 발언으로 우리를 압박한 일본 측에 과거사에 대한 성의를 보여달라며 다시 공을 넘기게 되는 셈이다.

현재 정치권과 외교가에서 주로 대두되는 해법은 기금 조성안이다. 재판에서 피해 사실이 인정된 징용자들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을 전제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혜택을 받은 우리 공기업 출연금을 기반으로 한 재단을 세워 여타 징용 피해자들을 위로하자(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거나 일본 전범 기업과 한국 수혜 기업들이 책임을 분담하자(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제안이다.

그러나 기금안에 부정적인 전문가가 상당하다. 김재신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고문은 “피해자가 워낙 광범위해 일제 식민지 피해 문제는 돈으로 풀 수 없다”며 “과거사를 극복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국민적 컨센서스(합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국 기업의 돈이 들어가는 방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일본 정부의 확고한 입장도 장애물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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