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부는 고용 악화가 "최저임금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었다. 재작년까지 연간 30여 만개에 달하던 일자리 증가 수가 최저임금을 16.4% 올린 작년 갑자기 9만7000개로 급감했다. 그런데도 정책 당국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는 없다"(청와대 정책실장)거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업률이 증가했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고용부 장관)고 우겨왔다. 올 들어 4월까지 일자리가 17만개 정도 늘어나자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획기적 변화"라며 또다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이 수치가 휴지 줍기, 장난감 소독하기 같은 단기 알바 일자리를 대거 만든 결과라는 걸 알면서도 이런다. 국민을 속이려는 것이다.
생산성과 괴리된 무리한 임금 인상이 고용을 악화시킨다는 것은 경제 상식이다. 얼마 전 한국 경제 보고서를 낸 국제통화기금(IMF) 조사팀 단장은 "최저임금이 2년간 30%나 인상되면 어떤 경제도 감당하지 못한다"고 했다.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낮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눈에도 뻔히 보이는 사실을 이 정부가 한사코 인정하지 않는 것은 결국 소득 주도 성장론이 '성역'이기 때문이다. 1분기 성장률 쇼크(-0.3%)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총체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념에 빠져 가상현실 속에 살고 있다.
이 정부 들어 성역이 된 정책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탈(脫)원전과 주 52시간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도 숱한 부작용을 무시한 채 정권 차원의 과제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 정책들에 대해서도 기업들의 경쟁력 저하로 산업 생태계가 다 망가지고 만회 불가능한 부작용이 발생한 뒤에야 겨우 현실을 인정할지 모른다. 그에 따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2년간 예산 77조원을 낭비한 일자리 대책처럼 또 국민에게 거액의 세금 청구서만 들이대는 결과가 될 것이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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