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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저임금' 부작용 인정하는 데 1년 5개월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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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이 도·소매, 음식·숙박업, 자동차 부품 제조업 등의 고용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고용노동부가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고용부 용역을 받은 학회의 심층 조사 결과, 종업원을 줄이거나 영업시간을 단축한 것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국민이 다 아는 뻔한 상식을 확인하는 데 무려 1년 5개월이 걸렸다. 고집이 아니라 현실 회피다. 보고서 내용은 최저임금 급속 인상이 시작된 작년 이후 거의 모든 전문가와 언론, 현장의 고용주들이 줄기차게 말해 온 것들에 불과하다. 일자리 생태계가 망가졌는데 이제 와서야 부작용이 확인됐다고 한다. 가게 문 닫고 일자리 잃은 사람들을 더 억장 무너지게 한다.

그동안 정부는 고용 악화가 "최저임금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었다. 재작년까지 연간 30여 만개에 달하던 일자리 증가 수가 최저임금을 16.4% 올린 작년 갑자기 9만7000개로 급감했다. 그런데도 정책 당국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는 없다"(청와대 정책실장)거나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업률이 증가했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고용부 장관)고 우겨왔다. 올 들어 4월까지 일자리가 17만개 정도 늘어나자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획기적 변화"라며 또다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이 수치가 휴지 줍기, 장난감 소독하기 같은 단기 알바 일자리를 대거 만든 결과라는 걸 알면서도 이런다. 국민을 속이려는 것이다.

생산성과 괴리된 무리한 임금 인상이 고용을 악화시킨다는 것은 경제 상식이다. 얼마 전 한국 경제 보고서를 낸 국제통화기금(IMF) 조사팀 단장은 "최저임금이 2년간 30%나 인상되면 어떤 경제도 감당하지 못한다"고 했다.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낮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숙련 노동자들의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눈에도 뻔히 보이는 사실을 이 정부가 한사코 인정하지 않는 것은 결국 소득 주도 성장론이 '성역'이기 때문이다. 1분기 성장률 쇼크(-0.3%)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총체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했다. 이념에 빠져 가상현실 속에 살고 있다.

이 정부 들어 성역이 된 정책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탈(脫)원전과 주 52시간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도 숱한 부작용을 무시한 채 정권 차원의 과제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 정책들에 대해서도 기업들의 경쟁력 저하로 산업 생태계가 다 망가지고 만회 불가능한 부작용이 발생한 뒤에야 겨우 현실을 인정할지 모른다. 그에 따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2년간 예산 77조원을 낭비한 일자리 대책처럼 또 국민에게 거액의 세금 청구서만 들이대는 결과가 될 것이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