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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설] 기업인 향해 "무례·오만", 신산업 입 막는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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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이 택시업계와 마찰을 빚고 있는 차량 공유 서비스 '타다'의 이재웅 대표를 향해 "무례하고 이기적"이라고 비난했다. 최 위원장은 "(이 대표가) 택시업계에 대해 거친 언사를 내뱉고 있다"며 "피해 계층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아직 못 이뤘다고 해서 정책 책임자를 향해 '혁신 의지 부족' 운운하는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 사업가들이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혁신 동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고도 했다. 나대지 말라는 경고나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타다' 퇴출을 요구하며 택시 기사들이 잇따라 극단적 행동을 하자 "죽음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죽음을 정치화하고,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수수방관하지 말고 택시 감차(減車)를 지원하는 식의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정부의 소극적 자세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경제부총리가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하자 "공유경제가 타협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시대 부총리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나도 틀린 말이 없다.

전 세계에 '우버'를 대표로 하는 모빌리티(이동) 서비스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유일하게 한국만 낡은 규제와 업계 반발을 두려워하는 정부의 미온적 자세 때문에 외딴 섬이 됐다. 모든 4차산업 분야가 마찬가지다. 원격의료는 의사들 반발, 핀테크 산업은 시민단체 반대에 막혀 경쟁에서 뒤처지는데도 해당 부처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정부는 말로는 혁신성장을 외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제도 개혁이나 이해 당사자 갈등 조정엔 손을 놓고 있다.

그런데도 최 위원장은 이런 현실은 보지 않고 "무례" "오만" 등의 표현을 쏟아내며 인신공격으로 대응하고 있다. 교통 담당도 아닌 그가 총대 메고 나선 것부터 정상은 아니다. 정부가 돈줄을 쥔 금융위원장을 앞세워 신산업 업계의 말문을 틀어막겠다는 뜻이라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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