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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에 밀려도… 커쇼, 예측불가 슬라이더로 끄떡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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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파베이전서 시즌 4승 - 30대 접어든 나이·고질적 부상

예전같은 강속구 못 뿌리지만 공 회전력 높여 '빅리그 생존'

세 차례의 사이영상(2011·2013·2014년), 그리고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 타이틀(2014년). LA 다저스 좌완 투수 클레이튼 커쇼(32)에겐 한때 '지구 최고의 선발 투수'란 수식어가 따랐다. 그만큼 타자들을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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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완봉승하자, 더 기뻐한 커쇼 - 클레이튼 커쇼(LA다저스)는 메이저리그 최고 에이스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꾸준한 노력과 변화를 통해 빅리그 타자들을 상대한다. 지난 8일 류현진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을 완봉승으로 장식하자 마운드로 나와 포옹하는 커쇼(왼쪽)의 모습. 커쇼는 자신이 등판하지 않는 날엔 더그아웃에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응원한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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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커쇼는 예전과는 다르다. 그는 22일 탬파베이 레이스와 벌인 원정 경기에서 7회 1사까지 2실점 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삼진 8개를 빼앗았지만 안타도 6개 허용했다. 올해 커쇼는 7경기 선발 등판해 4승 무패,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이 데뷔 시즌인 2008년(4.26) 이후 처음으로 3점대를 웃돈다. 2016년 마지막 1점대(1.69)를 찍은 이후 매년 높아지고 있다. '신(神)의 영역'에 있던 과거와 비교할 순 없지만, 커쇼는 여전히 리그 정상급 투수다. 그는 전성기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빅리그 타자들을 요리한다.

◇슬라이더, 초구에 사활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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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쇼는 전성기 때 평균 151㎞의 패스트볼을 뿌렸다. 올 시즌 패스트볼 평균 스피드는 시속 145㎞(리그 평균 150㎞)이다. 6㎞ 정도 느려졌다. 30대에 접어든 나이, 고질적 허리 부상 등으로 예전 같은 빠른 공을 던지기 어렵다.

커쇼는 직구 위력이 떨어지자 슬라이더를 주 무기로 삼았다. 그의 올 시즌 슬라이더 구사 비율은 41.5%. 패스트볼(40.6%)보다 더 많다. 2015년 슬라이더 구사 비율은 27.5%였다.

커쇼는 슬라이더를 다양한 방법으로 던지며 타자를 혼란에 빠뜨린다. 같은 슬라이더라도 시속 6~7㎞ 정도 차이가 나게 던지는 완급 조절로 타격 타이밍을 빼앗는다. MLB 분석에 따르면 과거 커쇼의 슬라이더는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 몰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올 시즌엔 대부분이 우타자 몸쪽 아래를 예리하게 파고든다.

커쇼의 슬라이더 분당 회전수(RPM)는 2015년 2105회에서 올해 2664회로 많아졌다. 김선우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실밥을 정확하게 채서 손가락 힘을 공에 온전히 전달할수록 회전수가 늘어난다"며 "커쇼의 경우 공의 회전력을 높여 볼 끝이 좋아지는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그동안 직구 스피드 감소로 고민해 온 커쇼가 슬라이더를 생존 무기로 삼고, 여러 실험을 통해 더 날카롭게 다듬은 것 같다"고 말했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아진 것도 주목할 점이다. 올 시즌 커쇼의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은 71.5%로 30이닝 이상 던진 투수 142명 중 4위다. 이전엔 60%대였다. 미국 통계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커쇼가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해 슬라이더, 커브 등 변화구의 위력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져간 뒤 상대 타자의 성향을 파악하면서 자기 페이스대로 변화구를 구사한다는 것이다.

◇성실함은 여전히 초일류

커쇼는 최근 LA타임스 인터뷰에서 "모든 건 변한다. 뭘 바꾸고, 뭘 고집해야 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예전 같지 않은 몸으로 공을 던지지만 커쇼는 자신의 루틴만큼은 철저히 지킨다. 홈 경기가 있는 날엔 경기 6시간 전쯤 야구장에 출근해 러닝으로 몸을 풀고 정해진 스트레칭을 소화한다. 등판하지 않는 날에도 같은 운동을 반복한다. 커쇼는 "좋든 나쁘든, 성공하든 실패하든 매일 같은 루틴을 지키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사람들은 구속을 말하지만 더 중요한 건 커쇼가 꾸준히 아웃카운트를 잡아주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가 더그아웃에 있는 것만으로 상대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최근 다저스의 제1선발 투수는 류현진(32)이다. 10년 가까이 팀 에이스 자리를 지켰던 커쇼에게 자존심 상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는 동료의 활약에 항상 박수를 보낸다. 그는 지난 3월 개막전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류현진에게 "현진, 정말 잘했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8일 류현진이 완봉승을 거뒀을 때도 마운드로 달려와 끌어안으며 축하했다.

[이순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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