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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IF] 고려·조선 때 흑점 관측기록 분석, 새로운 태양 활동 주기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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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고려사(1151년 3월)에서는 흑점을 ‘흑자’(붉은 원)로 표시했다(위 사진). 아래는 태양 표면에 검게 보이는 흑점 사진. /한국천문연구원




고려와 조선의 역사서가 수백 년에 걸친 태양 활동의 변화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천문연구원 양홍진 박사는 "고려사(史)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흑점(黑點) 관측 정보를 분석해 현재까지 알려진 태양 활동의 주기인 약 11년과 60년보다 훨씬 긴 240년의 장(長)주기가 있었음을 처음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흑점은 태양 표면 일부가 주변보다 온도가 낮아 검게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흑점의 수는 주기적으로 늘어나거나 줄어드는데 천문학계에서는 이런 현상이 통상 11년이나 60년을 주기로 일어난다고 보고 있다. 흑점이 많아지면 태양이 방출하는 열에너지가 줄어 지구 기온이 내려가고, 반대로 흑점이 감소하면 지구 기온이 올라간다.

연구진은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서 '흑자(黑子)'로 표시된 55건의 흑점 기록을 찾았다. 이를 당시 서리 기록과 비교했더니 흑점이 많아지면 서리도 많이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는 서리가 내리지 않는 '무상(無霜) 기간'이 다른 때보다 짧았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흑점 증감이 240년을 주기로 반복됐음을 확인했다.

유럽에서는 갈릴레오가 17세기 초 태양 흑점 관측을 시작했다. 흑점 관측 역사가 400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수백 년 주기의 변화는 확인하지 못했다. 반면 우리 선조는 서양에 비해 460년 빠른 시기부터 흑점을 관측했다.

양 박사는 "왕조가 바뀔 때마다 흑점 크기를 기록하는 기준이 달랐던 중국과 달리 고려와 조선은 동일한 관측 방식을 이어와 자료 분석 가치가 높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고천문 자료를 바탕으로 태양의 장주기 활동을 추가 증명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논문은 국제학술지 '기상과 태양-지구 물리 저널' 5월 호에 실렸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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