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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가슴으로 읽는 동시] 코딱지 맛이 날 것 같은 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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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코딱지 맛이 날 것 같은 사탕

콧구멍에다 사탕을 넣은 동생이 응급실에 실려 간 다음부터는

동생이랑 싸우는 일 백 가지 중에서 한 가지는 확실하게 없어졌다

사탕이라면 무조건 동생한테 양보하거든

―한혜영(1953~ )

형제는 더러 싸운다. 조그만 일로도 토닥거린다. 싸우고 나선 금방 눈물 훔치고 마주 보며 웃는다. 싸우면서 큰다. 미운 정 고운 정을 쌓는다. 그래서 싸우며 자란 형제는 우애가 두텁다고 하던가. 은근히 익살스러운, 재미 짭짤한 시다. 맛난 사탕을 두고 다투다 사탕이 그만 콧구멍에 들어가 버렸다. 하하. 심각한데도 웃음이 나온다. 동생이 안 뺏기려고 사탕을 콧구멍에 넣었는지 형이 화가 나 동생 콧구멍에 집어넣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어쨌건 야단났다. 구급차가 달려왔다. 응급실에 가서야 콧구멍에서 나온 사탕. 이젠 사탕 싸움은 영원히 없어졌다. 싸움을 피하고도 싶어서겠지만, 사탕에 코딱지 맛이 날 것 같아서. ‘무조건 동생한테 양보’한다. 너 먹어, 그럼 동생은 싫어 형 먹어 튕기겠지. 어린이 세계는 이래도 파릇하다. 어릴 때 싸웠던 기억이 왠지 달콤하게 다가온다.

[박두순 동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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