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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마셜제도에 거대 '방사능棺'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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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테흐스 유엔 총장 경고, 핵실험 잔해 덮은 시설 균열

최근 남태평양의 섬나라 피지를 방문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태평양 지역에 "방사능 관(棺)"이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태평양 마셜제도 에네웨타크 환초의 루닛 섬을 지칭한 것이다. 이곳에는 거대한 콘크리트 돔이 존재한다. 마셜제도 현지인들도 이를 "무덤(The Tomb)"이라 부른다.

이 콘크리트 돔은 냉전 시대 미국의 핵실험으로 발생한 방사능 오염 물질 7만3000t을 묻어놓은 무덤이다.

구테흐스 총장은 지난 16일(현지 시각) 피지의 학생들에게 "이 지역의 '관(棺)'에 담긴 방사능 물질이 새어나갈 위험을 걱정하는 마셜제도 공화국 대통령을 만났다"며 "태평양은 희생당한 것"이라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 이 돔에 균열이 많아지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방사능 오염 물질이 태평양 바다로 흘러들어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군은 1946년부터 1958년까지 마셜제도 에네웨타크·비키니 환초 일대에서 67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진행했다. 비키니 환초에서 이뤄진 미군의 첫 원자폭탄 실험 4일 후 프랑스의 패션 디자이너 루이 레아는 그 파괴력에 비유해 상의와 하의가 분리된 수영복 디자인을 '비키니'라고 이름 지었다.

당시 미국 관할이었던 마셜제도의 현지인들은 미군의 원자폭탄·수소폭탄 실험으로 방사능 피해를 입었다. 마셜제도의 피해 사실이 알려져 국제적 비난 여론이 쏟아지자 미국 정부는 추가 피폭 피해를 막기 위해 방사능 오염 물질 처리에 나섰다.

미국 정부가 동원한 4000명의 직원은 주변 섬의 방사능 오염 물질을 끌어모아 루닛 섬의 100m 깊이 분화구에 들이붓고 지름 115m, 두께 45㎝의 콘크리트 돔으로 봉쇄해버렸다. 당시 미국 정부는 영구적인 핵폐기물 처리 장소를 구할 때까지 돔을 임시로 유지하려는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돔 완성 3년 뒤인 1983년 마셜제도가 미국 관할령에서 벗어나 자치국가의 지위를 획득하면서 돔의 관리권은 마셜제도 공화국으로 넘어갔다. 핵폐기물 처리 부지를 확보하는 프로젝트는 흐지부지됐고 돔은 관리 부실 상태로 방치됐다.

[허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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