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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장외집회 박수소리에 취했나···독해지는 황교안 언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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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집회 분위기에 취해 오버”

“지지층 구축 전략” 분석 엇갈려

이해찬 “황, 강경발언 그만해라”

중앙일보

‘민생투쟁 버스 대장정’을 이어가고 있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백팩을 메고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황 대표는 23일부터 강원도 지역을 방문한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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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독재자의 후예인 김정은에게는 말 한마디 못하니까 여기서 지금 (북한) 대변인이라고 하고 있지 않나”(21일 인천)

“대한민국 경제는 최악이다. 이런 최악의 경제를 만든 문재인 정권은 분명 최악의 정권”(22일 페이스북)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말이 갈수록 뜨거워 지고 있다. 2·27 전당대회 직후만 해도 ‘교장선생님 같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무미건조한 말투가 4·3 재·보궐 선거를 거치면서 점점 날카로와 지더니, 최근 장외투쟁 국면에선 “독해졌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가 됐다.

원래 황 대표의 이미지는 ‘절제와 품격’에 가까왔다. 과거에 거친 언사로 논란을 종종 일으켰던 홍준표 전 대표와 대비되는 측면도 있었다. 그런데 요즘 황 대표의 언어가 격앙되고 가시가 들어간 것에 대해 두 가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나는 장외집회를 통한 ‘확증편향’ 효과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생각에 맞는 정보만 보고 듣게 되면서 기존 신념이 더욱 강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PK(부산·경남)의 한 의원은 22일 “정치인들이 처음에 장외집회에 나가면 열기나 분위기에 취해 ‘오버’하게 된다”며 “정치 현장 경험이 아직 부족한 황 대표가 당원들의 집회 현장에서 지지자들이 보여준 분위기에 동화되면서 언어가 다소 격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황 대표가 처음 나왔을 땐 홍준표 전 대표와의 대비에서 점수를 많이 얻었다. 덕분에 그동안 고개를 돌렸던 중도보수층도 다시 돌아오게 한 효과가 있었다”며 “그런데 최근엔 북한·이념 등으로 목소리가 강경해지면서 다시 ‘올드 보수’로 돌아가는 분위기”라고 우려했다.

반대로 전략적 고려에 따른 발언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변함없는 콘크리트 지지층 30%를 확보했기 때문에 과감하게 중도층 공략을 할 수 있었다”며 “황 전 대표도 그런 지지층을 구축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2년 총선에서 당 색깔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교체하는가 하면 당시 야권보다 더 과감한 ‘경제민주화’를 들고나와 선거 승리를 이끌었다.

TK(대구·경북) 지역의 한 의원은 “아직은 당이 탄핵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고정 지지층을 더 단단하게 묶을 수 있는 확신을 줘야 한다”며 보수층을 겨냥한 황 대표의 강경 발언을 긍정적으로 봤다. 민경욱 대변인도 “5·18 행사에서 김정숙 여사의 ‘악수 패싱’ 논란이 있었지만 황 대표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김 여사가 성악을 전공해서 그런지 애국가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때 노래를 잘하더라는 덕담을 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개인 캐릭터가 바뀐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여권은 황 대표가 연일 내놓는 메시지에 대해 견제구를 날리기 시작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황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진짜 독재자의 후예(김정은)에게는 말 한마디 못한다”고 비판하자 “하나의 막말이 또다른 막말을 낳는 상황이다. 말은 그 사람의 품격을 나타낸다는 말로 청와대의 입장을 대신하겠다”고 대응했다. 22일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1야당 대표로서 강경 발언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국무총리와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내신 분이 국민들을 걱정하게 하는 발언은 어제까지만 하고 내일부터는 안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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