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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매경춘추] 이웃을 돕는 고귀한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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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66일. 영국 런던대학교 심리학 연구팀이 발표한 습관을 형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한다. 66일 동안 어떤 행동을 계속 반복하면 자신의 습관으로 내재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필자 역시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안 제자들에게 인권과 학문에 임하는 자세,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태도 등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고자 노력해왔다. 그런데 좋은 습관의 긍정적인 영향력은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 것 같다.

지난 4월 강원도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강원도 여러 곳에서 많은 피해를 남겼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른 긴급구호책임기관인 대한적십자사는 강원도 산불 소식에 가장 먼저 현장에 달려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구호활동을 펼쳤다.

이런 활동의 배경에는 재난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긴급피난처에 집결해 봉사활동을 준비한 700여 명의 강원 지역 봉사원이 있었다. 특히 이번 강원도 산불 현장에는 자신의 삶의 터전인 집과 가게가 전소됐음에도 다른 이재민을 위해 구호활동에 앞장선 엄기인 봉사원도 있었다. 비단 강원도 산불만이 아니다. 2017년 포항 지진에서도 필자는 매일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이재민의 아픔을 위로하고 헌신하는 봉사원들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과연 이들을 움직이게 만든 힘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 해답을 습관에서 찾을 수 있었다. 참담한 순간에도 자신보다는 다른 이들을 먼저 떠올린 엄기인 봉사원처럼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간 이어져온 봉사 습관이 이들을 움직인 원동력이 됐을 것이다.

또한 봉사 습관은 개인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닌 세대를 초월해 이웃을 돕는 따뜻한 습관이 되기도 한다. 적십자사는 최소 3대 이상이 함께 봉사활동을 실천하는 '적십자 봉사명문가'를 선정한다. 봉사명문가의 가족 구성은 매년 다르지만 조부모의 아름다운 봉사 습관이 부모를 거쳐 손주까지 이어지며 봉사가 세대를 뛰어넘어 인류 평화와 인도주의 실현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습관은 나무껍질에 새겨놓은 문자 같아서 그 나무가 자라남에 따라 확대된다." 개인에게 미치는 좋은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한 영국의 사상가 새뮤얼 스마일스의 말처럼 사회 구성원들이 차차 봉사하는 습관에 젖어들기를 희망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인류가 가고자 희망하는 사회 평화와 인류 복지를 향한 인도주의의 길이 외롭고 험난한 여정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 오늘부터 습관을 길러주는 66일 동안 봉사를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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