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기고] 거래세 인하, 자본시장 발전 위한 작지만 큰 걸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가정의 달인 5월이라 집안 행사가 잦았던 필자는 얼마 전 모임에서 친척 어른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분과 대화하면서 놀라웠던 점 가운데 하나는 방탄소년단(BTS)에 관한 것이었다. 노래라면 트로트가 최고라 신봉하시는 여든 살 어르신이 BTS 이야기에 눈빛이 밝아지는 모습은 무척 인상 깊은 광경이었다. 대한민국에서 1등 하는 애들이 해외에서도 1등 하는 모습을 보니 자랑스럽다는 칭찬도 남겨주셨다. 이제 BTS가 우리에게 던진 과제는 대한민국 일류가 세계 일류로 인정받는 영역을 꾸준히 확장하는 일일 것이다.

그간 한국이 글로벌 1위를 차지했던 영역은 반도체, 조선과 같은 전통적 제조업이었다. 이제는 스포츠·문화를 아우르는 서비스 업종 역할이 더 커지며 세계 1위 역시 전통적인 산업영역을 허물면서 융·복합을 주도할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자본시장도 대한민국이 미래 대표 상품으로 키워나갈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서비스 분야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자본시장 과세체계 선진화 방안은 자본시장 도약을 위한 매우 의미 있는 정책적 전환이고 역사적 진전이다.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는 '증권거래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돼 당장 6월부터 증권거래세가 0.05%포인트 인하된다. 과거에는 전산시스템 미비로 자본이득을 정확하게 산정하기 어려웠고 여기에 따른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대체 수단으로서 거래세가 존속돼 왔다. 그 결과 투자에서 손실을 봤는데도 세금을 내야 해 투자자들 불만이 높았다. 미국 일본 등 금융 선진국들에 없는 세금이라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이런 거래세가 줄어든다는 것은 자본시장 세제가 세수 확보라는 단기적 시야가 아닌 조세 정의와 형평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외면하는 원인이 됐고, 거래세가 부과되지 않는 일부 금융상품으로 투자자금 쏠림을 가속화시켰던 거래세가 줄어든다면 자본시장은 보다 효율적이고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투자자들은 손실과 상관없이 내야 했던 거래비용 부담을 떨치고 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시장과 투자자에 귀중한 선물이며, 예정된 바와 같이 추가적 인하가 계속될 때 그 효과는 한층 뚜렷해질 것이다. 지난 3월 '혁신금융 추진 방향' 발표를 통해 예고된 금융 투자상품 간 손익통산과 손실의 이월공제, 장기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 합리적인 펀드세제 역시 거래세 방향과 같이 간다면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금융 선진국에 준하는 룰에 따라 운영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본시장 선진화는 중소·벤처기업이 세계 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투자자금을 공급하고 국민 재산 증대와 직결된다는 중요한 의미도 있다.

자본시장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자본시장이 세계 1등이 되기 위해서는 민간 역할과 더불어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 역할은 크게 자본시장 규제와 자본시장 세제로 구분된다. 오랜 기간 정부 역할은 자본시장 규제 측면에서 강조돼온 반면 자본시장 세제에 대한 정책당국의 배려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그러나 경쟁 상태에 있는 주요 국가들은 우리와 대조적으로 자본시장 규제와 세제 간 상호 보완성을 중요시했다.

세계 1등으로 등극한 BTS는 오늘도 말한다. 자신들이 세운 꿈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6년 전 보잘것없던 보이밴드가 세계 정상에 오르는 위대함을 이룰 수 있었다고. 7명의 아름다운 젊은이들 목소리에 이제 우리 시장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우리 시장을 온전히 사랑하고(Love yourself), 시장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을 두려움 없이 말하는(Speak yourself) 용기를 보여야 할 것이다.

[권용원 한국금융투자협회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