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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ILO협약 ‘先 비준’, 산업경쟁력 약화 후유증 부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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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선(先) 비준’ 방침을 밝혔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미비준 4개 핵심협약 중 결사의 자유 제87호와 제98호, 강제노동 금지 제29호 등 3개 협약에 대해 비준과 관련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향후 관계부처 협의와 노사 의견수렴 등 관련 절차를 거쳐 9월 정기국회에 비준 동의안을 제출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핵심협약 비준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국회 협의의 난관은 있지만 협약이 비준된다면 노동계의 힘은 더욱 강해진다. 결사의 자유 보장으로 해직자들의 노조 가입이 허용된다. 법외노조인 전교조가 합법화되고 공무원·교사의 파업도 가능해진다. 정부가 또다시 노동계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강제노동 금지 제29호는 군사적 성격의 작업을 제외하고 처벌의 위협 아래 행하는 모든 비자발적 노동을 금지하는 규정이다. 이 조항이 비준되면 군 복무를 대체하는 산업기술요원 등이 협약 위반 논란을 빚을 소지가 있다.

‘선 입법, 후 비준’ 입장이던 정부가 비준 절차에 나선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동안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는 바람에 유럽연합(EU)과의 통상 마찰을 막기 위해 비준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U는 “한국이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규정된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작년 12월 분쟁 해결 절차의 첫 단계인 정부 간 협의를 요청한 상태다.

문제는 우리의 여건이다. 최저임금 파격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등으로 바닥난 기업 체력도 생각해야 한다. 정부 방침대로 ILO 핵심협약이 비준된다면 친노조 일변도의 불균형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경영계가 요구한 것처럼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등 사용자의 대항권도 똑같이 보장돼야 마땅하다. 그것이 문 대통령이 천명한 기회의 평등이고 과정의 공정성 아닌가.

문 대통령은 1일 노동절 메시지에서 “노동이 자랑스러운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면 노조의 권익도 보호해야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 파업을 일삼고 툭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강성 노조는 산업경쟁력을 갉아먹는 암적 요소다. 노조할 권리 못지않게 기업할 권리도 충분히 보장돼야 투자가 늘고 일자리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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