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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희토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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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일본명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는 동중국해 해상의 8개 무인도로 이뤄져 있다.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지만 중국, 대만과 영유권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2010년 9월7일 이 해역에서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조업 중이던 중국 어선에 퇴거 명령을 내렸으나 응하지 않자 나포했다. 중국이 선장과 선원 석방을 요구하자 일본은 법대로 하겠다며 버텼다. 그러나 중국이 희토류(稀土類) 수출을 전격 중단하자 사태 발생 18일 만에 일본은 사과하고 선장 등을 석방했다.

같은 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치르던 미국 국방부는 지질조사국에 아프간의 희토류 부존량 조사를 시켰다. 그 결과 리튬이 1조달러어치 이상 매장된 것으로 나오자 쾌재를 불렀다고 한다. 미 국방부가 전쟁 통에 남의 나라 희토류에 관심을 쏟은 것은 중국의 자원 무기화를 의식한 안보 차원의 대응이었다. 일본이 중국에 무기력하게 굴복하는 것을 보고 희토류의 위력을 절감한 것이다. 미국은 이 사건을 계기로 자국 내 희토류 개발에도 착수했다.

희토류는 디스프로슘, 네오디뮴 등 매장량이 매우 적은 희소 금속이다. 원소번호가 21번, 39번, 57~71번인 17개 원소가 이에 속한다. 건조한 공기에서도 잘 견디며 열을 잘 전달한다. 반도체와 전기자동차, 풍력발전기, 액정표시장치(LCD) 등을 만드는 핵심 원료라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대접받는다. 중국이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래서 덩샤오핑 전 중국 국가주석이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큰소리친 것이다.

미국이 화웨이에 대해 거래중단 조치를 하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희토류를 ‘회심의 카드’로 만지작거리고 있다. 시 주석은 그제 미·중 무역협상 중국 대표인 류허 부총리를 대동하고 장시성에 있는 희토류 생산시설을 보란 듯이 시찰했다. 미국이 희토류 8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하는 현실을 직시하라는 메시지다. 희토류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동원할 가장 강력한 무기다. 미국 언론은 “희토류 카드가 생각보다 강력하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절하했지만 과연 그럴지 궁금하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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