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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빨리빨리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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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한국인과 같이 일하거나 생활한 적이 있는 외국인에게 한국인의 특성 중 인상 깊은 것을 말해보라고 하면, 대부분이 ‘빨리빨리’로 표현할 수 있는 ‘속도성’을 지적한다. 개인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한국인은 성격이 급하고, 밥도 서둘러 먹으며, 동작도 민첩하다는 것이다. 한국인과 외국인의 교류가 일상화된 시대이니 만큼 인터넷에는 ‘외국인이 놀라는 한국인의 빨리빨리 행동’, ‘외국인도 따라 하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 등 게시물이 많이 있다. ‘외국인의 마음’이라는 거울에 비친 한국인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밥을 후다닥 먹는다. 컵라면에 물 붓고 3분도 되기 전에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젓가락으로 뒤적이다 면이 익기도 전에 먹는다. 음식이 맛없는 것은 용서해도, 음식점에서 오래 기다리는 것은 못 참는다. 여럿이 모여 고기를 구워 먹을 때, 불판에서 고기가 익기를 기다리며 모두가 젓가락을 들고 대기한다. 고기를 구울 때 덜 익었는데도 뒤집는다. 자동판매기에서 커피 뽑을 때 선택 버튼을 누르자마자 컵 배출구에 손을 넣어 종이컵을 잡고 노즐에서 온수 떨어지는 것을 지켜본다. 가게에서 제품 포장을 뜯어 음료수·아이스크림·과자 등을 먹으면서 계산한다. 가게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주인 또는 직원이 고객을 대신해 서명을 한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음식 주문을 하자마자 배달을 기다리고, 예상 시간보다 조금만 늦어지면 독촉 전화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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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음식점 배달원은 ‘신속배달’을 위해 곡예 운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운전자는 도로의 정지선에서 조금 빨리 가려고 자동차 머리를 옆 차선으로 들이민다. 고속도로에서 모두가 빨리 가려 하다 보니 주행차선과 추월차선의 속도 차이가 없다. 보행자들은 도로 건널목에서 신호등을 보면서 출발대기 자세로 긴장해 있다. 버스가 정류장에 채 멈추지 않아도 사람들은 우르르 버스를 향해 몰려간다. 어떤 사람은 이미 떠난 버스에 타려고 뒤쫓아 뛴다. 인도가 아니라 도로에서 손짓·몸짓을 다 해 택시를 잡아탄다.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안전띠를 풀고 짐칸에서 수하물을 꺼내려 일어선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닫힘’ 버튼을 계속 눌러댄다. 영화관에서 ‘만든 사람 소개 화면’ 스크롤이 올라갈 때 관객 대부분이 나간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서 웹사이트가 즉시 열리지 않으면 다른 데를 클릭해 옮겨간다. 화장실에 들어가면서 지퍼를 내린다.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 양치질을 한다.

한국인의 속도성에 수반되는 ‘조급성’을 지적하는 표현이 다수이지만, 창피해할 일도 아니다. 동시에, 외국인은 한국문화 속도성의 다른 측면인 ‘역동성’에 경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국인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긴급사태에 대비해 항상 준비하고 있고, 과제를 미리 당겨 수행하며,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을 부러워한다. 한국 사회가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성취한 원동력을 속도성에서 찾는다. 그러한 점에서 한국문화에 내재된 속도성의 장점을 더 강화하고 단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은 부단히 지속돼야 할 것이다. 한국에 처음 온 외국인은 ‘빨리빨리 문화’를 신기해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그들은 한국문화의 속도성에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맞춘다. 그들은 이렇게 속도성으로 무장한 한국 사회의 새로운 시민이 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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